<바람난 가족>이 위기에 봉착했다. 11월4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던 명필름의 <바람난 가족>이 주연을 맡은 김혜수의 드라마 <장희빈> 출연결정에 따라 제작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김혜수는 올해 9월 <바람난 가족>의 출연 계약을 맺고 11월4일 첫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지난 10월21일 KBS 100부작 드라마 <장희빈>에 출연하기로 발표했다.
명필름쪽은 “모든 스탭들을 해산하고 영화의 제작을 중단시켰다. 제작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크랭크인을 며칠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 <장희빈>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날 김혜수가 영화사를 찾아왔었고 일요일에 영화와 드라마를 병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월요일 기자회견을 하더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명필름 대표 심재명씨는 개탄했다.
이에 김혜수의 매니지먼트사인 사이더스HQ 박성혜 팀장은 “먼저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KBS에서 두달 전쯤 <장희빈>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지만 영화 스케줄 때문에 거절했는데, 지난 10월18일경 다시 ‘일주일 중 이틀의 스케줄’만 요구하는 제의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애초 영화계약서에 일주일 4일 촬영을 전제했는데 그런 조건이라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명필름쪽은 “두달가량 소요되는 영화제작의 풀스케줄을 2차례에 걸쳐 상의한 상태이고 배우의 의지에 맞추어 세트일정까지 조정해놓은 상태다. 초기부터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다면 캐스팅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사태에 젊은 영화감독들의 모임인 디렉터스컷은 “촬영을 목전에 둔 배우에게 거액의 개런티를 걸고 드라마 캐스팅을 제의한 KBS의 부도덕함을 개탄한다”는 골자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명필름은 이로 인해 입게 될 정신적, 물적 피해보상에 대해 검토 중이다. 영화계의 거센 반발에는 이런 일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들어 있는 것 같다.백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