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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콤플렉스?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2002-10-28

학창시절이나 미혼 직장인 시절 골치아픈 이성보다는 마음맞는 동성과 함께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11월 8일 개봉될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감독 찰스 허먼 웜펠트)는 바로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다름’을 인정하도록 부담주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자아내면서 유쾌한 기분을 이끌어낸다.

주인공 제시카(제니퍼 웨스트펠트)는 보수적인 가정에서 똑똑하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시달리며 자라온 여성. 뉴욕 트리뷴지에서 기자로 일하는 당당한 워킹 우먼이지만 서른을 바라보도록 짝을 찾지 못했다.잘생겼다 싶으면 느끼하고, 똑똑한가 싶으면 재미없고, 젠틀한 줄 알았는데 소심하고… 그러던 어느날 직장 동료가 동성 파트너를 찾는 구인광고 문구를 들려준다. “새로울 것 없는 관계를 맺는 것은 타성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에 앞서오는 두려움과 수줍음 때문이다. 모든 것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평소 가장 좋아하던 릴케의 시구에 귀가 솔깃해지지만 선뜻 전화기에 손이 가지 않는다. 미술관에서 일하는 화가 헬렌(헤더 예르겐슨)은 전시회 도중에도 사무실에서 퀵서비스맨과 정사를 즐기는 화끈한 성격. 제시카를 만나자마자 호감을 느끼지만 소극적인 그의 태도 때문에 관계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제시카의 옛 애인이자 직장 상사인 조시 메이어즈(스콧 코언)는 행복한 표정으로 변해가는 제시카를 보고 용기를 내 사랑을 고백하지만 보기좋게 딱지를 맞고 만다. 동성애자의 틈에 끼어든 이성은 불행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브의…>는 주인공 제니퍼와 헬렌의 아이디어를 희곡으로 꾸민 것으로 97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먼저 올랐다. 연극의 성공에 용기를 얻은 두 사람은 영화화에 나섰고 1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수십배의 수익을 올렸다. 눈에 띄는 얼굴 없이도 화면에는 생기가 넘치고 황당한 설정이나 파격적인 대사를 동원하지 않고도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클라이맥스 전후에 등장하는 두 차례의 반전도 억지스럽지 않고 관객의 기대를 기분좋게 배반한다.

우리도 이제는 어깨에 힘주지 않은 동성애 영화를, 스타를 내세우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를, 반전 콤플렉스에 매달리지 않고서도 깔끔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작품을 자주 만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