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pt. 20
다음달이면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 DVD와 비디오가 출시된다. 최고령이신(물론 가장 일찍 출근하시는) 도널드 사장님은 오늘 감독과 좀 긴 통화를 하신다. 용건은 다름 아닌 작품의 부분 삭제에 대한 것이다. <피아니스트>는 등급을 받은 버전과 받지 않은 버전 두 가지로 출시될 예정이다. ‘블록버스터’(Blockbuster)와 같은 큰 비디오 체인점에서는 등급을 받지 않은 작품보다는 받은 작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여전히 ‘무등급/무삭제 디렉터스 컷’ 또한 출시함으로써 영화가 훼손된 채 관객과 만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감소하는 것이 키노의 방침이다. 무삭제 버전은 나름대로 컬렉터들의 인기 아이템이 될 터. 하지만 감독과 ‘삭제’를 논의하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니, 오랜 통화를 마친 사장님은 수화기를 내려놓기 전에 일단 ‘휴’ 하는 안도의 한숨부터 내뱉는다.
>> Sept. 24
다음달 18일 ‘쿼드 시네마’(Quad Cinema)에서 개봉될 <고양이를 부탁해>의 홍보 관련 업무가 바빠지고 있다. 독립배급사 키노의 마케팅 제1원칙은 ‘최저비용 최고효과’.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뉴욕 맨해튼의 극장에 걸린다는 것이 일단 행운이긴 하지만, 쉴새없이 많은 영화들이 상영하는 이곳에서 경쟁은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 자그마한 영화의 경우 뉴욕 개봉은 이후 비디오 시장을 염두에 둔 다소 큰 규모의 홍보전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듯싶다. 직접 장면을 골라내고 대사를 번역한 <고양이를…>의 트레일러와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만든 포스터와 엽서 완성. 포스터 시안에서 <고양이를 부탁해>의 ‘ㅐ’자가 빠진 것을 잡아낸 나로선 뿌듯. 하긴 그들에게 한글은 규칙적인 그림에 지나지 않으리라.
(왼쪽부터 차례로)▷▶ 뉴욕 인디펜던트 필름의 기린아로 불리던 할 하틀리.▷▶ 지금도 파이낸싱을 위해서 사방으로 뛴다.▷▶ 강우석 감독. 문승욱 감독 등이 찾은 뉴욕 한국영화제. 개막작은 <공공의 적>.▷▶ 뉴욕 한국영화제.
>> Sept. 25
마케팅 팀장과 협의 끝에 택한 공략 대상은 젊은 아시안-아메리칸. ‘Zen Palate’라는 뉴욕 최대의 오리엔털 퓨전음식 전문배달업체에 협찬을 구했다. 그 식당에서 배달되어 나가는 음식에 <고양이…>의 엽서를 끼워 내보내도록 한 것. 괜한 고생일 것 같으나 실제 뉴에이지, 명상, 요가 등의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AYURVEDA: The Art of Being>를 개봉하면서 관련 업체나 단체를 통한 홍보는 꽤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각 고등학교, 대학교에 공문을 보내 시사회에 참여할 것을 유도하는 것도 구체적인 전술 중 하나. 내겐 뉴욕의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홍보 임무가 주어졌다. 코리아타운에서 가져온 한인상호주소록과 인터넷 사이트를 오가며 타깃을 쉽게 체크할 수 있는 지도부터 만들었다. 분명 대상은 뉴요커들이지만, 한인들조차 모르게 한국영화가 개봉되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닌가.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홍보 부족 때문이리라. 도널드 사장님이 흐뭇해하신(물론 그는 그 내용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림 편지 500여장을 한국 교회나 학원, 학교, 상가 등으로 발송하면서 “고양이를 부탁해”는 자연스레 “한국영화를 부탁해”라는 메시지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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