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야구단>은 흔치 않은 시대극이다. 무협역사물을 제외하면 순정영화나 코미디나 깍두기영화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영화가 당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속셈은 빤하다. 공감의 장치고 뭐고 필요없이 당대의 관객에게 직접 흥행하겠다는 것. 그런데 이 영화는 과감하게 당대를 떠난다. 이 점에서 우선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은 방준석이 맡았다. 지난번에 <후아유>의 음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방준석은 소개되었다. 아주 잘 나가는 영화음악가 중 한 사람이다. <후아유>에서는 록밴드 출신 뮤지션답게 록적인 사운드를 살리더니 이번에는 시대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음악적으로 이 영화의 배경인 구한말 분위기에 접근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 이 시대 자체가 무엇이 포인트인지 갈피가 안 잡히는 시대였으니까.
이럴 때 접근법은 세 가지쯤 된다. 하나는 그 시대의 음악적 분위기를 살리는 것. 다른 하나는 시대적 배경과 별로 상관없이 인물들의 심리적 흐름에 맞추어 나가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이런 식의 ‘장르영화’에 쓰일 만한 ‘일반화된 음악’을 배경에 까는 것. 방준석은 그 여럿을 혼합하려 노력하고 있다. 일단 악기들의 사용 자체가 굉장히 폭넓다. 신시사이저, 국적을 알기 힘든 각종 타악기 등이 여러 국악기들과 어우러져 그때그때 맛을 내고 있다. 때로는 할리우드영화의 고전적 스케일이 느껴지는 ‘일반화된 장중함’을 선보일 때도 있고, 북소리, 꽹과리 소리가 어울려 신토불이의 느낌을 낼 때도 있다. O.S.T를 들여다보면 호창의 테마, 정림의 테마, Y팀 테마 등 중요 인물과 그룹에 테마를 주고 있는데, 이게 또 다른 단위가 된다.
그렇다면 음악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축과 시대를 중심으로 한 다른 축, 그리고 일반화된 선율의 또 다른 축이 만나고 있는 것이 된다. 방준석은 다양한 악기들을 소화해내면서 그 여러 축이 만나도록 하는 힘든 작업을 그런 대로 성공시키고 있다. 영화음악감독 일이 왜 힘드냐면, 이렇게 여러 ‘음악적 자아’가 동시에 되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포인트가 좀 부족했다. 앞서 말한 ‘세개의 축’이 교차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구조’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왜일까. 아마도 영화 탓일 것이다. 영화가 좀 너무 순하다. 한마디로 영화에 날이 서 있지 않다. 날이 서 있지 않은 것은 포인트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YMCA 베이스볼팀’이라는 집단의 고유한 드라마와 구한말이라는 울분의 시대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 드라마의 어느 한쪽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어쨌든 이 영화가 하나의 신호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만날 ‘지금 여기’에서 지지고 볶는 일도 짜증난다. 당대를 좀 떠나라. 사실 ‘일제시대’는 장르화될 가능성이 많은 시대이다. 비밀결사가 있고 배신자가 있고 액션이 있으며 결국에는 해방의 기쁨이 있지 않은가.
* 지난호에 몇 군데 틀린 대목을 많은 독자들이 지적해오셨습니다. ‘4인치’는 ‘5인치’로 바로잡습니다. 음악을 만든 스티븐 트래스크가 ‘토미 노시스’로 분장했다고 썼는데, 아니군요. 토미 노시스는 마이클 피트랍니다. 혼들 내주셔서 고마워요!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