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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심`대로 한다, <친구>의 정운택

“식사하셨어요? 밥부터 먹고 하죠.” 아침부터 바빴던 탓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왔다는 이 배우는 인터뷰 전날 편집부로 전화를 해왔다. “정운택인데요.” 그리고 재빨리, 행여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신을 모를까 “<친구>의 정운택”이라고 인사를 정정한 뒤 “뭘 준비해가면 될까요, 지하철 어떤 역에서 내릴까요”라며 입학식 앞둔 신입생 같이 달뜬 목소리로 이것저것을 물어왔다. 그렇게 다음날 이루어진 그와의 만남은, 연기가 모락모락나는 오징어덮밥을 앞에 두고 ‘이팅 앤 토킹’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to부정사가 수동태로 쓰일 때의 예문을 말해볼 사람…” 하던 선생의 눈을 피해 열심히 이사(?)를 다니던 ‘쥐같은 새끼’, 공원에서 여학생을 괴롭히는 깡패들을 향해 이소룡 쌍절곤으로 돌진하던 무모한 놈. 울산에서 자란 정운택(26)은 부산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로에 입성한 연극배우였다. 대표작은 <유리가면> <세일즈맨의 죽음> . “처음엔 10년 정도 연극만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99년 겨울, 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정신병자 역으로 광기어린 연기를 펼쳐보였던 정운택을 본 몇몇 영화관계자들이 영화출연을 권유했다. “달콤한 세계를 알아버린 거죠, 뭐.” 그러나 영화로 가는 길이 그리 순탄하기만 했으랴. <친구> 이전에 출연이 확정되었던 영화가 있었지만 촬영도 못들어간 채 제작이 지연되거나 엎어졌다.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욕심을 품고 <친구>의 오디션을 봤지만 중호 역에 유명배우가 거의 확정된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고 ‘글렀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확히 2주 뒤, 그는 <친구>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탄 배우가 되었다.

<친구> 제작발표회, “연극과 영화는 다를 텐데 어떻게 연기하실 생각인가요?”하는 질문에 정운택은 “어떡하긴 어떡해요, 살아야죠”라고 대답했다. 실로 4개월간의 촬영 동안 정운택은 중호처럼 ‘살았다’. “제가 원래 중호같이 까불까불하고 활달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같이 출연했던 형들까지두요.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은데….” 촬영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배우로서가 아니라 ‘내 친구가 그런 상황에 빠져 있다면’하고 받아들였고, 그러다보니 동수가 빗속에서 죽는 장면에서는 진짜 친구가 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지 많이 울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도 끝났다는 게 믿겨지질 않았어요. 형들이 서울로 올라가는데 정말 긴 이별을 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금방 또 볼 텐데도 말이죠. 사실은 아직도 중호에서 못 헤어난 것 같아요.” 개봉한 지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을 타면 벌써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고, 밥먹는 중에 ‘시나리오 검토해봤냐’는 영화사의 전화가 울리기도 했다. 또 인터뷰가 끝나면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하러 갈 거라고 했다. “‘초심’, 제 휴대폰에 쓰인 말이에요. 이걸 잊지 않고 살려구요.” 그래도 이제 정운택은 직접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사가 공덕역이냐고 묻는 일도 없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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