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 신작 <스위트 식스틴>, 평단의 격찬과 흥행 부진 엇갈려올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의 <스위트 식스틴>(Sweet Sixteen)이 지난 10월4일 런던에서 개봉됐다. 그러나 덩치 큰 할리우드영화들과 영국산 상업영화들 틈에서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7번 오르고 심사위원상을 3번이나 수상한 켄 로치라는 거장의 이름도 맥을 못 추는 것 같다. 비평면에서는, 켄 로치 감독의 근년작 중 최고의 영화, 혹은 다른 어떤 젊은 영국 감독도 보여줄 수 없는 에너지, 열정, 통찰력을 66살의 이 노장 감독이 보여주고 있다는 극찬을 받고 있지만, 극장은 썰렁하다. 예상을 뒤엎지 못하고.더군다나 영국의 등급 심의기구인 BBFC에서 포르노그라픽한 영화들에게나 주어지는 18세 등급을 받은 것도 가뜩이나 불리한 이 영화의 흥행() 조건을 더욱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이유인 즉슨, 상스러운 말인 F***, C***이 너무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재로 영화 중에 F***은 200번 이상, C***은 20번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켄 로치의 영화들이 30년 넘게 일관되고 성실하게 추구해온 것이 다큐멘터리적인 사실주의라는 점을 감안하면 BBFC의 이같은 결정은 상식을 어긋나는 결정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근방의 그리녹을 배경으로 리암이라는 15살 소년이 감옥에 간 엄마의 출소일이 다가오면서, 마약 딜러인 새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엄마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서 마약을 팔게 되면서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리녹은 한때 조선으로 번성했으나 지금은 스코틀랜드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빈곤으로 가득 찬 곳. 각본은 켄 로치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폴 라베티가 썼다. 폴 라베티는 켄 로치의 또 다른 스코틀랜드 배경의 영화 <내 이름은 조>(My Name Is Joe)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열여섯살이 될 날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소년 리암을 연기한 마틴 크롬튼은 실제 그리녹 출신의 17살의 소년으로, 다른 켄 로치 영화의 배우들처럼 전혀 연기 경험이 없는 비전문 배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은 거친 환경 속에서 자라난 리암의 거칠고 대담한 모습과 함께 그 또래 소년들의 불안과 나약함, 다정함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인상적인 연기를 해낸다. 막 축구선수로 나아가려던 진로를 바꾸어 배우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려는 중.이 영화의 초반 15분 동안은 영어 자막이 뜬다. 심한 스코틀랜드 악센트와 뒷골목 슬랭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영국 관객을 위한 배려다. 그런데 왜 끝까지가 아니고 15분만인가 영화의 시작 부분에 친절하게 알려주는 자막에 의하면 “그 다음부터는 당신도 리암처럼 혼자서 버텨야 한다 - nae problem(문제없음)”이다. 자막이나 더빙으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다른 유럽이나 다른 언어권 지역의 관객은 그런 면에서 더 운이 좋은(혹은 나쁜) 편인지도 모른다. 런던=이지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