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행운아들입니다. 개봉 하루 만에 막을 내리는 이 영화를 보게 됐으니 말입니다.” 10월12일 오후 서울의 D극장, 전날 개봉한 <남자 태어나다>의 홍보를 위해 무대에 올랐던 홍경인은 관객에게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난 뒤 상영한 3회를 마지막으로 이 극장에서 <남자 태어나다>는 아예 막을 내렸다. 사실상 개봉일이라 할 수 있는 토요일 오후에 말이다. 한편 강남의 M극장은 이 영화를 주말 오전에만 내걸었고, 오후에는 외화를 상영했다. 다른 멀티플렉스의 사정도 비슷했다. 애초 80여개 극장에서 개봉했던 이 영화는 결국 일요일인 13일 이후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작은 영화들이 1주일 만에 종영되는 일이 빈번했지만, 이틀을 못 버틴 <남자 태어나다>의 경우는 심하다. 조기종영 소식을 들은 박희준 감독과 투자자들이 “좌석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해줄 테니 1주일만 상영해달라”고 읍소까지 했으나, “관객이 너무 적어 어쩔 수 없다”는 극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나마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서울 티파니극장이나 인터넷에 ‘<남자 태어나다> 살리기 본부’라는 카페(cafe.daum.net/namzazzan)를 만들어 응원을 시작한 관객 덕분에 박 감독과 제작사는 조금씩 힘을 찾고 있다. 스카라극장을 임대해 장기 상영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차원.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마저 잊은 극장에 입은 상처는 당분간 치유하기 어려울 것 같다. “1년 걸려 만든 영화가 하루 만에 끝난다는 게 말이 되냐”는 박 감독의 항변이 보여주는 충무로의 풍경은 너무도 우울하다.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