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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 ‘모래시계 신화’ 재현할까
2002-10-16

SBS대하드라마 <야인시대>의 시청률이 51.5%까지 치솟았다.

16일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야인시대>의 15일 방영분은 이 드라마 방송이래 최고 시청률인 51.5%를 기록했다. 이날 방영분은 종로 패권을 둘러싸고 김두한(안재모)과 구마적(이원종)이 한판 승부를 펼치는 내용. 초반 구마적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수세에 몰리던 김두한이 막판에 분투, 구마적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장면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이날 싸움에서 승리한 김두한은 종로의 새 두목(오야붕)으로 등극했으며, 구마적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새벽 첫 기차를 따고 종로바닥을 떠났다. 앞으로는 김두한과 하야시(이창훈)가 펼치는 패권다툼과 친일파 갑부의 딸 박인애(정소영)와 김두한의 사랑이야기가 주축이 돼 전개된다. 또 김두한이 영등포.동대문.마포 등의 각 지역패를 통합하는 과정과 일본에서 건너온 유도 유단자 마루오카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가 또다른 볼거리를 이룰 예정.

안방극장의 폭발적인 인기를 반영하듯 <야인시대>는 현재 직장인들의 귀갓길을 앞당기는 귀가시계역할을 하며, 90년대 중반 ‘모래시계 붐’을 재현할 태세다. 택시기사 김모(53)씨는 ‘<야인시대>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차를 잠시 세워두고 식당에 들어가 TV를 본다’고 말했다. <야인시대> 방송이후 전국의 교도소, 구치소들은 수용자들이 서로 구마적, 쌍칼 등으로 부르거나 극중 폭력묘사를 흉내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작가 이환경씨가 쓴 동명원작 소설도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주당 20∼30권 정도 팔리던 소설<야인시대>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주당 200권까지 판매량이 급증했다’면서 ‘중고생 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까지 독자층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무엇보다 한국 근현대사 격변기를 파란만장하게 살다간 ‘인간 김두한’이 갖는 소재적 매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두한 일대기를 다룬 영화 <장군의 아들>이나 김두한 시대를 그린 드라마 <무풍지대> <왕초> 등이 하나같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김두한이 암울한 시대상황이라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태조 왕건>의 이환경 작가와 <덕이>의 장형일 PD가 호흡을 맞춰 구성과 연출이 탄탄한데다 주연 안재모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비롯 이원종 이혁재 이재용 등 개성 강한 조연들의 감초 연기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제시대 서울 종로 거리를 재현한 대규모 오픈세트나 스케일 큰 액션 장면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로 꼽힌다. SBS는 현 추세라면 시청률 60%대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까지 시청률 60%대를 기록한 작품으로는 <태조 왕건> <사랑이 뭐길래> <모래시계> <허준>등이 있다.

그러나 <야인시대>가 인간 김두한을 지나치게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다는 점과 역사를 왜곡하고,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이 드라마가 15세 이상가(SBS 자체 심의)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을 포함한 10대가 이 작품 시청자의 64%(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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