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바람은 참 작은 거예요. 법으로 정해진 권리는 법대로 보장해달라는 거고, 똑같이 일한다면 정규직이 되게 해 달라는 겁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관한 짧은 보고서2 <동행>’을 연출한 김미례(38) 감독은 “여성이기 때문에 쉽게 비정규직이 되고,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소수로 몰려 개별화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감독’이란 호칭이 쑥스러운 듯 했다. 97년 <대구건설노조 투쟁기록>을 시작으로, 98년 <고용한 실업의 나라>, 99년 <아이엠에프 1년, 두 번의 겨울> 등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여러 편을 찍었지만, 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감독이라기보다는 ‘동지’같은 따스함이 베어 있다.
영화를 찍기 이전 그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를 노동현장에 뛰어들게 한 것은 다름아닌 그의 아버지다.
“98년 아이엠에프 이후 일용직 목수였던 아버지의 삶을 지켜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깨닫게 됐어요. 일이 없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해지는데다, 예순살 가까이 목수일을 하셨는데 퇴직금을 달라고 할 곳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고 힘들어 하셨죠.” 김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의 하루를 기록한 15분짜리 다큐멘터리 <해뜨고 해질때까지>를 만들었고, 이 영화는 지난 2000년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번에 공개한 <동행>은 1년 전 만든 다큐멘터리 <나는 날마다 내일을 꿈꾼다>의 후속작이다. 그는 두 작품이 “똑같다”고 말한다. <나는 날마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이와 학력에 상관없이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현실을 그들의 목소리로 드러낸 것이라면, <동행>은 파견직이나 용역직,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중장년 여성들의 고된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억울한 처지를 고발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불합리하거나 불법적인 대우에 맞서 싸우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수도 없이 많아요. 하지만 그들의 싸움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두 세명이, 때로는 혼자 싸울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의 고통은 더욱 큽니다. 그들의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