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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운동회> <초겨울 점심>
2002-10-11

젊은 것들은 알까?

울기로 작정하면 울 일은 참 많다. 세상의 슬픈 일을 생각하는 것도 슬프지만 그런 슬픔과 아무 상관없이 지내는 자신을 생각하면, 그것조차 슬프다. 죄다 울기로 작정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금요일 밤 12시50분)에서는 그런 영화들만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남편은 죽기 전에 아내에게 자전거 타는 것을 가르치기로 작정한다.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듯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분쟁의 씨앗이다. 게다가 학교 운동장에 나타난 꼬맹이들조차 그들 부부를 괴롭힌다. 하지만 초로의 부부는 결국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다. 노란 은행잎이 전경에 걸린 부감 롱숏 화면에는 자전거를 밀고 나가는 아내와 쓰러진 남편이 박혀 있다. <운동회>(여인광 연출/ 16mm/ 컬러/ 15분/ 2002년)라는 영화다. 이어지는 영화는 <초겨울 점심>(강병화 연출/ 16mm/ 컬러/ 15분/ 2002년)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부동산업소에 나가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아들은 죽었고, 할아버지는 이중으로 마음고생이다. 어느 날 도둑이 들었는데, 할머니는 도둑을 아들로 착각한다. 또 그날 저녁 떼를 써서 김장을 담근다. 이후 할머니는 사라지고 할아버니는 혼자서 할머니가 담근 김치를 반찬삼아 초겨울 점심을 먹는다. 달랑 혼자서 김장 김치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가, 내가 김치가 되고 김치가 내가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에서도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나온다. 정말 쓸쓸해서 힘든 가을인데 왜 이런 영화만 모아서 방영하는지? 젊은 것들은 이 쓸쓸함을 이해할까? 아, 참, 이 영화들은 젊은 것들이 만들었지, 젊은 것들이 왜 벌써 이런 영화를 만들까?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