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Guy 2002년, 감독 에드 덱터 출연 DJ 퀄스, 엘리자 더시쿠, 주이 데스카넬, 제로드 믹슨 장르 코미디 (콜럼비아)

<뉴 가이>는 변화에 관한 영화다. 왕따였던 아이가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결심을 하고 수련에 들어간다. 이런 이야기는 영화와 만화, 무협지에서 수없이 봐왔다. 지난 여름 <스파이더 맨>의 주제도 ‘변화’였다. 우리는 늘 누군가가 되고 싶어하고, 지금 이곳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면이 암흑의 미로 같던 사춘기 시절에는 더욱 그렇다. 다행히 스파이더 맨은 거미의 유전자 덕에 뉴 히어로가 되어 도시인들의 다정한 이웃으로 자리잡는다. 디지는 흑인 범죄자의 도움으로 뉴 가이로 변신한다. 펑크에 심취하며 흑인들의 스텝을 배우고, 매서운 눈초리 하나로 좌중을 압도하는 테크닉을 배운다. 물론 배움의 장은 학교가 아니라 감옥이다.

디지는 공인된 왕따다. 의자에 묶여 거대한 고무 가슴을 달고 놀림감이 되었던 디지는 신학기 들어 사상 최악의 수모를 당한다. 전교생이 바라보는 앞에서, 80이 넘은 할머니 사서에게 잡힌 물건이 부러지는 참변을 겪은 것이다. 충격으로 자포자기한 디지는 소동을 벌이다가 감옥에 들어간다. 감방에서 만난 루서는 디지처럼 작고, 못생겼고 게다가 흑인이다. 그러나 루서는 단지 눈빛만으로도 교도소 전체를 호령한다. 디지의 하소연을 들은 루서는 고해성사를 들은 사제처럼 자애로운 눈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인도해준다. 나 역시 한때는 왕따였단다. 어느 날 마음을 모질게 먹고 모든 것을 바꾸었지, 나와 학교 그리고 사회의 모든 것을….

루서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하여 기물을 파손하고, 디지는 퇴학당한다. 감옥에 들어가 루서의 제자가 되어 모든 것을 전수받은 디지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첫걸음은 <양들의 침묵>. 이름까지 길 해리스로 바꾼 뉴 가이의 등장은 교도관들의 도움으로 연출한 랙터 박사의 패러디다. 온몸을 구속복으로 꽁꽁 묶인 채 학교에 나타난 디지는 학교의 짱과 결투를 벌여 승리를 거두고, 전교생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다. 만년 꼴찌인 미식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말을 품쳐 탄 디지는 영화 속의 패튼 장군을 흉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끈다. 디지의 변화는 차츰 선한 쪽으로 이끌리지만, 그의 정체를 밝혀낼 적들은 사방에 있다. <뉴 가이>는 유행 코드인 ‘엽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종횡무진한다.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 어떤 패러디가 펼쳐질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뻔한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쿵쾅거리며 끌고 나가는 막무가내 스타일은 꽤 귀엽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