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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화장실, 어디에요?>의 프루트 첸 감독 인터뷰
2002-10-02

영화 <메이드 인 홍콩>, <리틀 청> 등으로 알려진 홍콩 감독 프루트 첸(43)이 디지털네가가 제작한 자신의 영화 <화장실, 어디에요?>의 프린트 확인차 지난 9월30일 내한했다.

지난 9월 초 제59회 베니스영화제 업스트림부문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영화는 공중화장실을 주요 공간으로 젊은이들의 희망과 좌절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의 장혁, 조인성과 일본의 아베 쓰요시, 홍콩의 카라후이(谷祖琳) 등 화려한 다국적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는 11월 중순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 토론토 국제영화제, 밴쿠버 국제영화제, 함부르크 국제영화제, 오슬로 국제영화제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국내에는 마무리작업을 거쳐 11월 말께 개봉될 예정이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영화사 디지털 네가에서 프루트 챈을 만났다. 스포츠형 머리에 붉은 빛의 뿔테 안경, 검정색 티셔츠 차림의 프루트 첸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명성에 비하면 이웃집 아저씨 같은 포근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진지하고 솔직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프루트 첸 감독과의 일문일답.

--공중화장실을 소재로 한 것이 독특하다. 왜 화장실인가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을 코미디 영화의 소재로 사용해왔다. 나는 좀더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었다.삶과 죽음처럼 인생에는 여러 가지 사이클이 존재한다. 먹고 싸는 것도 그중 하나다. 화장실은 사람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공간이지만 섭취와 배설의 사이클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다.

--한국 배우 장혁, 조인성과 같이 작업을 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나는 인기있는 배우들과 작업을 하는 것을 원래 싫어한다. 하지만, 영화의 마케팅을 위해 제작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같이 작업했던 시간이 짧았고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2년 전 인상으로는 조인성의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메이드 인 홍콩>, <그해 불꽃은 유난히 화려했다>, <리틀 청> 등 소위 ‘홍콩 반환 3부작’에서 반환을 앞둔 홍콩의 사회상을 암울하게 묘사했다. 반환 후 3년이 지난 지금의 홍콩은 어떤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것은 없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일인 국경절을 앞두고 홍콩의 한 신문이 젊은이들에게 국경절의 의미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대부분이 휴일 이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응답을 했다고 들었다. 반환 전이나 후나 젊은이들은 중국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만 혼란스러워할 뿐이다.

--<화장실, 어디에요?>는 당신이 처음 만들어본 디지털 영화다. 디지털을 택한 이유는?

▲새로운 생각을 새로운 테크놀러지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첫날 촬영한 화면을 봤을 때 모니터를 발로 차버리고 싶을 정도로 실망했다. 어떤 감독에서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가 유용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옛날 방식을 더 좋아한다.

--기존의 다른 영화들이 철저한 리얼리즘에 기반을 뒀던 데 비해 이번 영화에서는 판타스틱한 장면이 많이 눈에 띈다. 작품 경향이 바뀐 것인가?

▲이 영화는 내 작품목록에 의외적인 영화다. 디지털 영화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각과 방식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판타지가 많이 섞여있지만 40% 정도는 리얼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든 8편의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메이드 인 홍콩>이다. 저비용(약 7천만원)으로 만든 영화인만큼 어려움도 많았지만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으며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이 영화를 본 99%의 젊은이들이 영화를 좋아했다. 슬프지만 현실의 문제점을 마주치게하는 에너지가 있는 영화다.

--앞으로 만들 영화들은 다시 예전의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들인가?

▲주류영화계에 들어가 영화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머릿속의 두 부분이 싸우고 있다. 홍콩 영화계의 사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고 독립적인 영화를 만들기는 점점 힘들다. 주류영화에 들어가 영화를 만들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많은 생각을 하겠지만 주류영화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지는 않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