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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세계 오야붕은 연기도 오야붕, <야인시대>서 구마적 열연 이원종씨
2002-09-30

에스비에스 드라마 <야인시대>(월·화 밤 9시55분)가 35%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야기는 김두한(안재모)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는 드라마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긴장을 유지하게 하는 균형추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구마적을 맡은 이원종(37)은 주먹뿐만 아니라 두목으로서의 통큰 통솔력을 선굵게 연기해 드라마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의 한 극장 근처에서 최근 그가 출연한 영화 <남자 태어나다>의 시사회가 끝난 뒤 그를 만났다. 사실 손가락이 좀 굵어 손이 다른 사람에 비해 좀 크다는 점을 빼고는 그에게서 `조선 주먹의 오야붕’ 이미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청바지와 검은 재킷차림에다 그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인 것은 극중에서와 같은 두툼한 궐련이 아닌 가는 담배였기 때문이다.

구마적이 본 ‘구마적-쌍칼-하야시’=구마적은 아주 정치적인 인물이다. 그는 김두한이 등장하기 전 강한 주먹과 포용력을 두루 갖춰 10여년간 주먹세계의 ‘오야붕’으로 군림했다. 대단한 사람이다. 최근 야쿠자와 손잡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하야시의 마수에 걸려 발을 잘못 내디딘 것이다. 이에 대한 스스로의 변명은 나중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쌍칼은 참으로 멋진 인물이다. 성급하게 구마적에게 도전장을 던져 깨지지 않았더라면 구마적의 후계자로 삼을 만하다고 본다. 하야시도 제대로 된 건달이다. 안하무인적인 신마적은 오히려 구마적의 정치성을 잘 드러나게 한다. 신마적이 구마적 앞에서 막되먹은 행동을 해도 구마적이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액션연기 어렵지 않나=쉽지 않다. 매일 운동을 할 수도 없고 기본체력으로 버티는데 점점 힘들어진다. 다행히 드라마에서는 실제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두번밖에 없다(그는 `오야붕’으로 그동안 싸울 일이 없었다). 지난번 쌍칼과의 대결장면을 뒤에 모니터해보니 많이 아쉽더라.

연기인생과 가족=대학재학중이던 86년 극단 `미추’ 입단으로 시작해 마당극 등 연극을 30여편 했다. 텔레비전은 `용의 눈물’로 데뷔해 <왕과 비>, <야망의 전설>에 출연했다. 영화도 <달마야 놀자>, <신라의 달밤>, 이번에 섬마을의 코믹한 권투선생역을 맡은 <남자 태어나다> 등 10여편 출연했다. 연극은 내 연기인생에서 `젖줄’이자 `삶을 돌아보는 공간’이다. 지금도 1년에 1편씩 꾸준히 출연하려 하고 있다. 아내 김영화는 국악방송(99.1㎒)에서 <우면골 상사디야> 진행을 맡고 있다. 그리고 큰딸은 7살, 작은딸은 다음달 12일이 돌이다. 오셔서 축의금 좀 내고 가시라.

이원종은 최근 인기 바람몰이를 하면서 유명세도 많이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길 가다 아는 체하며 사인을 부탁하는 팬들 때문에 때론 “불편할 정도”라고 한다. 그는 다음달 4일 경기 부천 세트장에서 <야인시대>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김두한과의 마지막 결투장면을 찍는다. 주먹세계에서 진자는 말없이 떠나듯 시청자가 그를 볼 날도 머지 않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