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남자고등학교의 체육시간. 축구에서 수비수를 맡은 정현은 공이 자기한테 올 때마다 매번 어물쩡하다 공을 놓친다. 정현의 팀이 대패한 후, 정현은 몸집이 크고 불량기가 있는 반 친구 ‘노랑머리’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을 당하게 된다. 조금씩 반항을 해보고 선생님에게 일러보기도 하지만, 정현의 얼굴은 노랑머리의 구타로 인해 점점 더 망가져간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 정현은 긴 잠에 빠지고, 꿈을 꾸게 된다.
■ Review
학내폭력은 많은 침묵하는 증인들이 있기에 더욱 가혹하다. 감독은 주인공에게 자신의 이름 ‘정현’을 붙이고, 스스로의 지난 상처를 이 작품을 통해 치유하고자 했다. “우리는 어렸을 적 경험의 여러 단면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경험 중 들추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그것을 되새김으로써 과거의 상처가 아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감독은 연출의 변을 적고 있다.
스스로의 체험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이 영화는 쉽사리 감상에 빠져들거나 교훈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폭력이 어떻게 시작되고 유지되는지, ‘구타자’와 ‘구타 유발자’는 어떤 관계 하에 있는지, 그것들을 거의 ‘경쾌’하게 처지지 않는 리듬으로 그려낼 뿐이다. 폭력의 묘사로만 그친다면, 이 작품은 잔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마지막에 정현의 꿈을 통해서 잔인한 현실이 삶의 모든 것을, 적어도 그의 희망마저 덮어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유일한 삽입곡인 이상은의 노래 <어기여디어라>가 마지막 정현의 꿈의 배경음악으로 흐르며 작품을 부드럽게 마무리짓는다. 2001년 끌레르몽 페랑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됐다.최수임 sooee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