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바람 잘 날이 없는 도시 타운스빌의 과학자 유토늄 교수는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온갖 좋은 것들을 넣어 아주 예쁜 꼬마들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실수로 케미컬X가 이 속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힘을 가진 세 명의 소녀가 탄생한다. 유토늄 교수에 의해 블로섬, 버블, 버터컵으로 이름지어진 이들 파워퍼프걸들은 학교에 간 첫날 자신의 막강한 힘을 제어하지도 못하고 온 도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타운스빌의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 이 철부지 소녀들은 돌연변이 악당 조조의 꾀임에 넘어가 본의 아니게 지구 파괴계획을 돕게 된다.
■ Review
국내 케이블TV와 공중파 방송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세 명의 깜찍발랄 소녀들이 스크린으로 날아왔다. 영화화된 TV시리즈들 대다수가 그렇듯이, <파워퍼프걸>의 영화 버전 역시 독립된 장편영화 보다는 시리즈의 특별 에피소드 쪽에 가깝다. 이 영화 버전은 그동안 시리즈를 보던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던 블로섬, 버블, 버터컵의 '출생의 비밀'과 이들이 어떻게 악당들로부터 타운스빌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모든 궁금증이 풀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도대체 설탕과 향신료 따위로 어떻게 소녀들을 만들 수 있으며, 케미컬X라는 물질은 무엇인지, 타운스빌에는 왜 그리 악당들이 들끓는지, 모조 조조는 왜 그렇게 나쁜 짓만 연구하는지 등등을 설명하지 않은 채, 이야기는 뻔뻔스럽게 진행된다. 이런 점은 TV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녀들에게 허구한 날 두들겨맞는 모조 조조는 왜 감옥에도 갇히지 않은 채, 항상 재기를 노릴 수 있는지, 가끔씩 얼굴을 비추는 타운스빌의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매 에피소드마다 무참히 파괴되는 타운스빌의 건물들은 어떻게 금세 새 건물로 변신하는지(이는 <마징가 Z>를 보면서도 궁금했던 점이기도 하다) 등 <파워퍼프걸>의 세계를 논리로 짜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허술한 듯 보이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파워퍼프걸>에는 누구라도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절대적인 매력이 있다. 얼핏 곤충을 연상케할 정도로 커다란 눈망울의 소녀들의 존재가 바로 그것. 이 소녀들의 매력은 굵은 외곽선으로 과장스럽게 묘사된 앙증맞은 캐릭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꼬마들은 악당을 만나면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하지만, 일상 생활에선 취학을 앞둔 또래 아이들과 똑같이 살아간다. 어른들로부터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고, 샘이 많으며, 늘 미숙한 행동을 하지만 뭔가를 계속 깨달아나가려 한다는 점 말이다. 이들 세 소녀들의 꾸밈없는 세계를 엿보면서 행복한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미 TV를 통해 파워퍼프걸들과 행복하게 지냈던 팬이라면 이 영화에 좀 불만을 가질지도 모른다. 영화를 통해 이들을 처음 만나는 관객을 의식했던 탓인지, <파워퍼프걸>은 날고 부수고 때리는 무용담에만 주된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맛깔난 재밋거리는 부족한 편이다. 또 성인까지 충분히 포괄하는 내용을 담았던 TV물과 달리 극장판은 어린이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듯, 지나치게 단순하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세 소녀의 귀여운 모습을 이토록 큰 화면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문석 ssoo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