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아쇠> 촬영현장인 사자평을 처음 둘러본 주진모씨는 자갈길을 내려오며 현장을 본 소감을 묻자 “군대 입대를 앞둔 기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감독이 주씨의 염장을 지른다. “(염소 치는 막사에) 군불 때면 뜨뜻하고 아주 좋아. 장작 때서 큰 가마솥에 물 끓여서 아침에 세수도 하고.” “우리가 이제 그렇게 생활해야 하나요” “거, 군인이란 게 그렇지 뭐.”
출연진들과 함께 다음주 월요일부터 2박3일의 군사교육이 예정돼 있는 주씨는 김성수 감독의 <무사>를 찍으며 이미 산전수전에 사막전까지 치러본 만만찮은 내공의 소유자다. 벌써 어떻게 촬영에 임해야 할지 머리 속에 계획이 서있는 듯했다. “딱 보니까 느낌이 있어요. 뭘 준비해 들어와야 할지. 가령 전기도 안 들어오니 각자 개인 손전등은 필수일 테고.”
그에게 감독이 요구한 건 두 가지다. “지금 내 몸무게가 70kg대인데 7kg을 빼래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달리기 시작했고 소식하고 있죠. 감독님은 파리하고 왜소한 이미지를 원해요. 최근 애써 선탠했는데 이거 도로 다 빼야 돼요. 창백해보여야 하거든요. 피부과 가니까 (선탠 빼는) 방법이 있더라구요.”
또 한 가지 요구사항은 ‘리포트’다. “만날 때마다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적어 내라는 거예요. 숙제죠. 뭘 물어보면 감독님은 ‘난 몰라’ ‘잘 해봐’란 얘기밖에 안 해요. 오늘도 얘기 많이 한 거 같죠 ‘여기 공기 좋지’ 한 마디밖에 안 했어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전의 어떤 작품에서 디테일에 불만스러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캐릭터를 나 스스로 내면화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이해 못한 캐릭터를 관객이 이해해줄 리 없잖아요”
<해피엔드>(1999) <실제상황>(2000) <무사>(2001) <와니와 준하>(2001) 등 멜로에서 액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온 그의 눈빛에서 문득 프로의식이 번뜩인다. 감독에 대한 요구도 당당하다. “전 좀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감독님 혼자 만족하는 영화엔 힘이 되어 드릴 수 없다고. 그랬더니 감독님도 그걸 선선히 받아들이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