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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수상 이창동, 문소리 귀국기자회견
2002-09-10

제59회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과 문소리가 10일 낮 1시 30분께 대한한공 KE906편으로 귀국,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입국장에는 100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렸으며 영화감독협회, 영화진흥위원회,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 등이 내 건 플래카드가 이들의 귀국을 맞았다. 한편, 이들이 출발하기 전인 9일 김대중 대통령은 명계남 이스트 필름 대표, 이창동 감독, 문소리씨 등에게 ‘좋은 영화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내 수상을 축하했다. 이감독은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회견장에 나타났지만 답변하면서 자주 웃음을 지었다.

수상 소감은

▲영화 찍으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영화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을 영화적으로 아름답지 않게 보여주는 것이 통할까 하는 회의를 영화를 만드는 내내 했다. 이런 면들이 외국 영화제에서 예상보다 너무나 강하게 받아들여져서 기뻤다. 감사함을 같이 일한 사람들에게 돌리고 싶다. 이 말은 의례적인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좀 더 개인적인 소회를 말해달라

▲상 받아 기쁘다기보다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기대하는데 성과 가 없으면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가족들과는 통화했나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우리집 식구들도 나와 비슷한 성격이어서 그냥 무덤덤하다. 애들까지도.

현지에서의 반응을 말해달라

▲아시다시피 영화가 썩 보기 편한 영화가 아니다. 불편한 내용을 불편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영화지만 현지에서 관객, 기자, 평론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잘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잘 받아들여져 기뻤다.

공식시사회때 박수도 많이 받았다던데

▲박수는 원래 치는 것이다. 박수 가지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하지만 배우들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주연 남우상을 이탈리아 배우가 탔지만 설경구 연기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알파치노 젊을 때 보다 잘한다는 소리도 있었다. 문소리도 영화제 전체의 다른 인물들보다 화제가 됐다.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여러분들이 주신 생명의 물을 마시고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이 사막에서 영화를 만드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앞으로 영화 작업 하면서 용기를 얻고 자기 확신이 드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또다른 의미에서 구속이 되거나 자기 기만에 빠지는 계기가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상주고 인정한다고 해서 자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설가로 활동하다가 영화를 시작한 후 세번째 영화로 베니스에서 수상했다. 이제 영화 감독에 대한 확신이 서는가

▲수상과 상관없이 이미 원하든 원치 않든, 나와 맞든 맞지 않든 어느정도 올데 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를 할만한 사람인지 하는 회의나 나는 영화 감독과 안어울리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은 영화 찍는 내내 쫓아다녔다.

칸에서의 임권택 감독에 이은 베니스에서의 감독상 수상이다. 한국영화의 힘을 느끼는가?

▲오래전부터 느꼈다. 수년전부터 아시아 영화가 세계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실이다. 생각보다 한국 영화의 위상도 밖에서 높다.영화계에서 국가적 위상은 어느 정도 부족했으나 지금은 그것까지 인정받고 있다. 문지방을 넘는 단계다.

이번 수상이 앞으로 <오아시스>의 한국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흥행에 불이 붙어 봤자 큰 불이 나겠나. 꺼지던 불이 잠깐 사는 것이겠지. 왜 밖에서 평가해주면 보고싶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영화팬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지금 할 말은 없고 앞으로 영화로 얘기하겠다.

다음 작품은 계획중인가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없다. 머리속에 자라고 있을 것 같다. 늘 그랬지만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보다 머리속의 창을 열어놓겠다. 때가 되면 노크 하겠지. 게으르게 기다리겠다. 사막에서.

한편 검정 가죽치마에 자주빛 상의를 입은 문소리도 밝은 표정이었다.

베니스에 다녀온 소감?

▲관객들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 현지에서 관객들과 같이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이해하고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낮선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이해한 것만으로도 베니스 간 이유가 되는데 이런 상까지 받게 되니 기쁘다.

영화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문소리 수상 사실을 잊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제 시작하는 배우니까 영화가 좋아서 격려 받았다 정도로 생각하겠다. 상은 뒤로 묻어두고 더 겸손하게 다음 작품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현지에서 각국 언론과 인터뷰할 때 어떤 질문을 받았나

▲많은 얘기 나누지는 못했지만 ‘연기가 너무 놀라웠다’던가 ‘진짜 장애인인줄 알았다’ 등의 칭찬을 들었고 감독의 연기지도 방식이 어땠는지 등의 질문을 들었다. ‘아름답지 않게 나오는데 샤론 스톤이나 줄리아 로버츠 처럼 아름다운 배우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도 들었다. ‘여배우라기 보다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에 성실히 임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수상한 개인적인 소회를 말해달라,/b>

▲원래 영화제가 끝나면 유럽 배낭여행을 하려고 했다. 민박, 유레일패스 등 다 준비해놨는데 수상으로 못가게 됐다. 일단 이 사실이 아쉬웠다.

앞으로 또 장애인 역할을 맡을 기회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웃으면서) 다른 좋은 배우들에게 기회를 돌리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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