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현실은 어떤 코미디보다 희극적이다. 지난 9월6일 한나라당이 <보스상륙작전>의 정치풍자를 문제삼고 나선 사건은 웃지 못할 현실의 촌극이다. 이날 한나라당 홍준표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보스상륙작전>이 사실상 이회창 후보를 비방하고 있어 명백히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한나라당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대통령후보가 병역비리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는 영화내용. <보스상륙작전>은 장나라당 김모 대통령후보가 병역비리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자 조폭의 자금을 유입하고, 검찰이 대선자금 비리를 캐기 위해 룸살롱을 위장개업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나라당이 이렇게 정색을 하고 나서는 대목에 실소를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정치풍자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준이 전혀 아니며 설사 대통령후보 비방 의혹이 있다 해도 날마다 신문에 나오고 있는 병역비리 뉴스보다 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광경에 신경을 쓰느라 스스로 정치적 칼날을 접어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계 일부에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격”이라거나 “한나라당이 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의혹을 제기한 것 아니냐”고 농담삼아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홍준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보스상륙작전>의 김성덕 감독은 “국민감정상 병역문제는 예민하며 사회지도층에 대한 병역 불신이 많아 영화의 관심 집중을 위해 소재로 삼았을 뿐”이며 “특정인을 비방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의 말과 일치한다. 이번 사건을 보면 한국영화에서 코미디가 번창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아무리 조악한 표현이라도, 찌르면 아파할 현실이 너무 많다.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