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촬영을 맡은 김우형 감독이 일차적으로 고민한 것은 액션장면을 찍음에 있어 어떤 카메라 ‘액션’을 취하느냐였다. 즉 대상을 박진감 넘치게 보이도록 카메라를 흔들면서 찍을 것인가, 짧은 장면들을 빠른 편집으로 이어붙이느냐, 아니면 액션 전체가 잘 보이도록 찍느냐의 문제. 그는 가장 나중의 방법을 원했다. 고난도의 액션을 안정감 있고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007 시리즈 같은 영상을 찍고팠던 것. 또 홍콩 액션팀의 고난도 액션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도 이 방법이 가장 나을 것 같았다. 결국 장 감독의 오케이를 받아 액션장면은 이같은 방식으로 찍어나갔다. 또 게임이라는 공간 설정을 잘 살리기 위해 게임 스타일의 앵글을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1인칭 슈팅게임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 임은경의 등 뒤에 카메라를 매달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고, 크레인숏의 동선을 연구해 한 캐릭터에서 다른 캐릭터로 이동하는 숏을 찍기도 했다.캐릭터이 영화의 주인공 성소(임은경)는 현실에서는 오락실 동전교환원인 희미로 나타나지만, 게임 안에서는 라이터를 팔아 살아가는 캐릭터. 주(김현성)는 친구 이(김진표)처럼 멋진 프로 게이머를 꿈꾸지만, 현실은 희미를 짝사랑하는 자장면 배달원. 이는 천부적인 프로 게이머로 시스템의 휘하로 들어가 주와 맞서게 된다. 라라(진싱)는 오토바이 톰 크루즈를 몰고다니며 화끈한 액션을 펼치는 캐릭터로 주를 도와준다. 오비련(정두홍)은 성소에게 순정을 바치는 존재이며, 성소가 사랑했던 가수 가준오(강타)를 죽였다는 이유로 성소의 저주를 받고 있는 인물. 방장(명계남)은 ‘진짜원조 정보복덕방’을 운영하며, 미로와 같은 시스템을 실제로 구축했던 인물로, 성소를 구하고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를 발탁한다.캐스팅성소 역으로는 임은경을 오래 전 낙점해둔 상황이었지만, 나머지 배역은 힘들게 결정됐다. 장선우 감독이 애초 염두에 뒀던 주 역의 연기자는 춤으로 단련된 날렵한 몸을 가진 가수 유승준이었다. 매니지먼트와의 갈등으로 포기한 뒤 장 감독의 눈에 들어온 것은 류승완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영화 때문에 끝내 고사했다. 그 다음 후보는 류승범이었다. 애초 가준오 역으로 생각했던 김현성도 그때쯤 눈에 들어왔다. 둘을 놓고 저울질하던 장 감독은 고심 끝에 김현성을 선택했다. 이의 역할을 맡을 배우로는 연출부의 추천으로 만나게 된 김진표를 캐스팅했다. 라라 역의 진싱은 99년 전주영화제 때 만나 출연 의사를 타진해 성사시켰고, 가준오 역은 애초 장 감독이 눈독들였던 인디 뮤지션이 끝끝내 출연을 거부해 강타로 확정지었다. 이는 주관객층인 10대를 고려한 포석인 듯도 하다.
컴퓨터그래픽현실과 가상현실은 둘이 아니라는, <성소>의 시각은 누구보다도 CG팀에게 가장 곤혹스러웠다. 영화의 마지막 스테이지3에 나오는 현실도, 가상현실도 아닌 듯한 시스템 내부에서의 전투나, 주와 성소가 바다위에서 나비를 쫓는 대목은 참고할 텍스트조차 없었다. CG 슈퍼바이저 차수민씨에 따르면, 표현해야 할 목표는 ‘혼돈과 낯설음’이었고 그를 위한 CG의 기본 컨셉은 ‘유치함과 모호함’이었다. “유치한 CG이면서도 독특하고, 그래픽 같으면서도 실사같은.” 구체적으로 시스템 중앙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백색의 공간을 만들어 테크놀로지의 느낌이 배제시키면서 장자의 호접몽의 이미지를 보태려 했다. 또 나비의 날개짓에 폭풍우치는 바다를 통해, 물리학자들의 카오스 이론을 표현해내고자 했다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스캐닝 2개월, 합성과 색보정 2개월, 크로마키(블루스크린 배경 제거) 작업 3개월 등 CG의 난산은 <성소> 개봉을 8월에서 9월로 늦추게 한 장본인이었다.튜브투자사인 튜브엔터테인먼트에 <성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튜브가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로부터 이 시나리오를 받은 것은 2000년 3∼4월경. 당시 <바리공주>와 함께 이 작품에 투자하던 유니코리아에서 양도한 것이었다. 김승범 대표를 비롯한 튜브쪽은 이 시나리오의 새로움에 반했다. 공개도 되지 않은 지금도 미국에서 리메이크 제안이 들어올 정도니, 당시 이 시나리오의 새로움은 대단한 것이었을 터. 하지만 열린 시나리오의 구조나 워낙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투자를 몇번 거절했다. 결국 그해 7월쯤 투자를 확정짓고 기나긴 제작 일정으로 뛰어들게 된다. 이 영화와 함께 등 대작을 함께 투자하고 있었던 튜브는 한때 자금 위기를 맞아 동양, 유니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와 잇따라 인수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판타지<성소>를 굳이 문학 장르로 구분하자면, SF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이미 <화엄경>에서 판타지의 세계를 선보였고, <거짓말>에서도 일종의 미로와 같은 판타지를 보여줬던 장선우 감독은 이 영화에서 “판타지를 보는 데 판타지 같지 않고, 현실을 보는 데 현실 같지 않은 느낌을 보여주려” 했다. 그가 이번 판타지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좀더 대중적인 문법과 가상현실과 게임이라는 공간이었다. 결국 컴퓨터그래픽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디지털 영상이 주를 이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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