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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문턱 ‘애니 축제’ 알알이
2002-09-06

여름의 막바지에, 전혀 이질적인 두 애니메이션 세계로의 초대장 두장이 날아들었다. 한 장은 비상업적이며 실험적 형식과 자유로운 정신이 가득한 캐나다 애니메이션의 전통에로, 또 한 장은 상업적으로 세계를 제패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재로의 초대다.

13일부터 엿새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선 2002 캐나다 애니메이션 특별전-NFBC(캐나다국립영화제작소) 스페셜( www.ani.seoul.kr,02-3455-8363)이 계속된다. 서울시와 주한캐나다대사관이 공동주최하고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애니메이션 센터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엔에프비시의 작품을 위주로 단편 50여편이 선보인다. 특히 전설적인 작가 노만 맥라렌(1914~1987)의 작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애니메이션 팬들의 마음을 달뜨게 할 만하다. 맥라렌은 1950~60년대 ‘실험적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라 불렸던 인물. 다정한 이웃간에 사소한 이유로 경계를 만들고 다툼을 벌이는 <이웃>(1952)이나, 사람이 깔고 앉는 의자가 반항한다는 내용을 단순히 의자라는 소품 하나를 통해 보여주는 <의자 이야기>(1957) 등은 지금봐도 혁신적이다.

원래 엔에프비시는 1939년 영화·다큐·어린이물 등 시청각 작품들을 제작·배급하는 기관으로 설립됐다. 그 가운데서도 40년대초 맥라렌이 본격적으로 합류한 이후, 엔에프비시가 만들어낸 ‘캐나다 애니메이션’은 실험적이면서도 철학적 깊이를 가진 독특한 색깔로 세계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특별전엔 맥라렌 외에도 대표적 작가인 이슈 파텔, 자크 드루엥, 코 회드만, 캐롤라인 리프 등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한국인 최초로 엔에프비시의 애니메이터가 된 김인태씨의 <한국어>(1967)도 포함됐다.

특별전엔 이런 ‘역사’ 외에도, 90년대 이후 작품들이 다수 선보인다. 캐나다의 최근 애니메이션들은 실험의 형식이라는 전통을 이어받으며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교육적 내용들을 담백한 느낌의 화면에 자연스레 녹인 경향이 두드러져 보인다. 대중문화 장르라는 애니메이션과 전통적으로 순수예술로 분류된 미술작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들의 영상은 인상적이다. 셀 작업과 손가락 페인팅을 아름답게 결합한 <스노우 캣>이나 그림책을 보는 듯한 화면에 따뜻한 가족애가 돋보이는 <할머니와 함께> 등이 포함됐다. 이번 행사엔 또 <구슬 게임>(1977) 등 실험 애니메이션의 세계적 감독이자 교육자로 유명한 이슈 파텔이 내한해 14~15일 직접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입장은 무료지만, 많은 객석이 이미 찼을 정도라 예약을 서둘러야 할 듯 하다.

캐나다 애니메이션이 일반관객에겐 ‘낯선 충격’이라면, 11일부터 닷새간 애니마떼끄가 주관해 서울 건국대 새천년 기념관 홀에서 여는 제4회 국제 판타스틱 애니메이션 페스티벌(fanta-ani.com, 02-455-1897)은 좀더 대중적인 행사다. 전체 13편의 장편 필름 또는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상영된다.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 이외엔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 최근작들이며 대부분 사이버펑크적인 에스에프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화제는, <공각기동대>(1995)의 후속작 텔레비전 시리즈물 <공각기동대: 스탠드 얼론 컴플렉스>의 세계최초 공개다. <공각기동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배경으로 사이보그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에스에프물로, 오랫동안 후속작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왔다. 극장판은 현재 1편의 감독인 오시이 마모루가 2004년 개봉을 목표로 작업중이다. 극장판 개봉에 앞서 영화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I.G는 23편의 텔레비전 시리즈를 제작했고 그 가운데 <공안 9과>와 <폭주의 증명> 2편의 에피소드가 이번 행사에 초대된 것이다. 감독의 색채가 진한 극장판에 비해 텔레비전물은 원작자인 시로 마사무네의 분위기에 충실한 편이다. 정보네트워크화가 삶의 구석구석까지 장악한 미래에서 네트워크에서 의도적으로 이탈한 사람들의 심리(‘스탠드 얼론 상태’)를 그리고 있다.

또 하나의 스페셜 프로그램으론 요시나가 나오유키 등의 <기생충 인형(패러사이트 돌스)>이 역시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인공인간인 ‘부머’로부터 성적으로, 심리적으로 위안을 얻으려는 인간욕망을 그린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이밖에 국내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났던 학원 에스에프물 <후리크리>나 <사쿠라 대전-활동 사진><엑스 드라이버> 등이 상영된다. 스페셜 프로그램 7000원, 일반 프로그램 5000원.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