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로 친숙한 유지나 동국대 교수가 지난달말 배우 문성근씨에 이어 2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앞으로 쿼터연대) 이사장을 맡았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 한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작은 체구에 연약해보이는 이미지의 그가 때로는 거리투쟁도 마다않는 쿼터연대의 험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90년대 스크린쿼터 감시단 시절부터 직간접적으로 활동에 참여해왔고, 2000년 감시단이 사단법인으로 바뀐 뒤에는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던 강단있는 인물이다. 4일 쿼터연대 사무실에서 유 이사장을 만났다.
-쿼터연대의 성과는.
=90년대초 출발할 때만 해도 ‘스크린쿼터’를 지키자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도 있었고 분명 자성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차 이것이 단순히 한국영화를 며칠 상영하는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길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자유경제라는 이데올로기는 문화상품을 하나의 교역대상으로 본다. 이 논리라면 소수언어의 문화나 산업화가 덜 된 지역의 문화는 그대로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급성장해 스크린쿼터가 필요없다는 비판도 있다.
=영화 몇편이 연달아 잘되면 그런 비판들이 나오고, 또 요즘처럼 ‘위기론’이 나오면 쑥 들어간다.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다른 문화들과의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자유경제 논리 아래서 대안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경우 공동제작협정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랑스는 42개국과 이 협정을 맺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지역의 문화와 자본을 받아들이면서도 자국에선 국내영화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쪽을 없애는 ‘제로 섬’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인 것이다. 현재 46개국 문화부장관의 모임인 세계문화부장관 회의와 51개국 300여 단체의 모임인 ‘문화다양성 국제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있다. 한국도 내년 3월말로 예정된 시장개방에 관한 양허안을 WTO에 제출할 것이 아니라 이 흐름에 합류해야 한다.
-이번 이사장직이 “영화와 사회를 접목하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했는데.
=80년대만 해도 나는 이른바 전통적인 미학론자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 영화의 의미는 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사회적 인간 아닌가. 자연스레 영화사회학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스스로는 철이 든거라 생각한다.(웃음)
글·사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