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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으로 창설된 평양영화제 4일 개막
2002-09-04

제8차 평양영화제가 4일 개막된다.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특히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호주, 영국, 독일의 영화가 출품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의 유일한 국제영화제인 평양영화제는 지난 87년 9월 창설됐고, 지금까지 2~3년 주기로 개최돼 왔다. 특히 지난 94년과 96년에는 김일성 주석의 상중이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국제행사가 중단됐었지만 평양영화제 만큼은 차질없이 열려 북한이 이 영화제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 바 있다.

이 영화제는 크게 두가지 목적에서 창설된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평양영화제 창설목적에 대해 "비동맹 및 기타 발전도상나라 인민들과 영화인들 사이의 굳은 친선과 영화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0년 10월에 열린 제7차 영화제 개막식에서도 조직위원장인 강능수 문화상은 "이번 축전은 희망찬 21세기 자주적인 민족영화 발전의 길을 맞이하는 여러나라 영화인들의 귀중한 성과와 경험을 충분히 나누고 서로 친선과 단결, 협조와 교류를 확대ㆍ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8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사회에 불러닥친 ‘외풍’에대응키 위한 전략의 하나로 창설된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84년 ‘합영법’ 공포 이후 외국문물의 유입으로 나타난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영화제를 창설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제가 창설된 87년을 전후해 그동안 북한 문화계에서는 볼수 없었던 본격적인 애정물이 연이어 등장한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부류의 작품으로는 남대현의 장편 <청춘송가>, 이웅수의 <나를 보고 있소> 등이 꼽히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의 작품들은 94년 김일성주석 사망때까지 북한 문화계의 주류를 이루었었다.

결국 평양영화제는 자본주의 성격이 덜한 비동맹권 국가들의 영화를 통해 변화하는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점진적으로 수용하려는 목적에서 창설된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15년이 지난 지금은 독일, 영국등의 영화가 출품될 정도로 발전됐다.

한편 이번 제8차 평양영화제에는 50여개국에서 제작, 발표된 100여편의 영화가 출품될 예정이다. 그러나 남한의 독립영화제작소인 인디랩의 조경덕(曺京德.28)감독은 단편영화 <시집가는 날>을 출품키로하고 지난 봄 북한측과 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