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인 평양영화제의 문호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지난 87년 9월 창설된 이 영화제는 ‘평양 비동맹영화축전’이라는 정식명칭이 말해주 듯 영화를 통한 비동맹권 국가들간의 협조와 친선 증진에 목적을 두었었다. 따라서 그동안 참가국의 대부분이 비동맹권 국가였다.
평양영화제가 개방적인 변화 조짐을 보인것은 지난 2000년 9월에 열린 제7차 때부터다.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처음으로 비동맹국가가 아닌 일본에 문호를 개방하고 6편의 영화를 초청했다. 이에 따라 야마다 요지(山田洋次.70) 감독의 과 <남자는 괴로워> 등 일본 영화가 평양시내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이같은 변화 양상은 오는 9월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8차 영화제를 계기로 더욱 본격화 되고 있다. 영국, 호주, 독일 등 서구의 여러나라들이 평양영화제에 정식으로 참가하게 됐고 영국의 세계적인 스타 숀 코너리가 초청돼 다소 미흡하지만 국제적인 행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평양영화제 조직위원회 조찬구 부위원장은 지난 26일 평양방송에 출연해 "이번 대회에는 러시아, 중국, 쿠바 등과 함께 호주, 독일, 영국 등 40개 나라와 국제기구들에서 참가하게 된다"고 밝히면서 이 영화제가 점점 그 권위를 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평양영화제의 문을 개방하는 것은 대회의 국제적 권위를 높이는 한편 북한영화의 ‘국제화’를 이루어 보려는 의지가 내포돼 있는 것 같다.
이같은 변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8차 평양영화제의 규모는 이전의 영화제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참가 규모는 예전의 수준인 40개국 100여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영화제의 규모가 확대되지 않는 것은 아직은 북한의 경제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경쟁부문(극영화ㆍ단편 및 기록영화ㆍ만화영화)과 비경쟁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출품영화의 대본은 한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 한가지로 제한된다. 이 영화제에서는 영화시장도 열리며 최우수작품에는 ‘횃불금상’이 수여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