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토니(조너선 립니키)는 미국에서 막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로 이사온 아홉살 소년.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한 토니는 밤마다 흡혈귀 꿈을 꾸고 부모님이 외출한 어느 날 밤, 꼬마 뱀파이어 루돌프(롤로 윅스)를 만난다. 루돌프네 가족의 소원은 300년마다 한번 찾아오는 마법의 순간을 잡아 사람이 되는 것. 토니는 친구가 된 루돌프 남매와 그들의 부모를 도와주고 싶지만,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게 해줄 신비의 부적은 오래 전 그 반쪽이 사라져버렸다.
■ Review
어린이들을 위한 흡혈귀영화는 어떤 모양새를 갖추어야 할까? 1976년 이후 시리즈로 발간돼 꾸준히 사랑받아온 독일 작가 안젤라 솜머-보덴버그의 동화를 원작으로 취한 <리틀 뱀파이어>는,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무난한 답이 될 법한 가족영화다. 따돌림당하는 외로운 아이와 인간으로부터 영원한 ‘타자’로 찍힌 초월적 존재들이 진실한 벗이 될 수 있음은 이미 <꼬마유령 캐스퍼>나 <유령수업>이 힘주어 외쳤던 주장이다. 골프장을 설계하는 아빠를 따라 캘리포니아에서 스코틀랜드로 이사한 토니는 학교에서 당하는 흡혈귀 사냥 같은 따돌림 탓인지 밤마다 꿈속에서 달밤의 의식을 치르는 뱀파이어 가족을 본다. 엄마, 아빠가 외출한 어느 날 소년 뱀파이어 루돌프와 단짝이 된 토니는 300년의 동면 끝에 인간으로 회생할 기회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루돌프의 가족을 도와 뱀파이어 헌터와 싸운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감독 울리 에델이 연출하고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캐리 커크패트릭, <유령수업>의 래리 윌슨이 각본을 쓴 <리틀 뱀파이어>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추종자들이 혹할 구색의 모험담이지만, 성인 관객을 미소짓게 하는 위트있는 대사와 비주류적 감수성의 톡 쏘는 맛도 가미된 ‘할로윈영화’다. 토니의 부모가 처음 만난 루돌프의 부모에게 반하는 설정, 쥐의 시체를 행운의 징표로 쥐어주는 자연스런 에피소드도 호감을 갖게 한다. 악역 캐릭터는 입체성을 얻는 데에 이르지 못했지만 어린이의 묘사는 적절한 눈높이를 유지한다. 뱀파이어에 물려 박쥐 흉내를 내고 있는 소들의 모습은 <트위스터>의 하늘을 나는 소 이후 아마도 가장 잊기 힘든 영화 속 소의 이미지로 남을 듯. <제리 맥과이어>에서 매컬리 컬킨 이후 가장 귀여운 아역으로 부상했던 조너선 립니키가 토니 역을 맡았다.김혜리 verme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