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돼 큰 인기를 모았던 인도계 영국 감독 거린더 차다의 세 번째 연출작 <슈팅 라이크 베컴>이 30일 개봉한다. 온 집안의 맹렬한 태클을 무릅쓰고 여자 축구선수가 되려는 당돌하고 야무진 인도계 영국 명랑소녀의 꿈같은 성공기다. 지난 4월 영국에서 개봉했을 때 월드컵 열기 덕분에 모처럼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동네 공원에서 웃통을 벗어제친 사내아이들과 축구공을 다투는 제스(파민더 나그라)는 데이빗 베컴처럼 멋진 프리킥을 날리는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어느 날 그는 정식 여자축구단 선수인 줄스(키라 나이틀리)의 눈에 띈다. 그의 소개로 여자축구단에 입단한 데 이어 자상한 코치 조(조너선 리스 메이어스)까지 만난 건 행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제스 주변의 모든 인물은 아무도 여자가 축구를 하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믿지 않는다. 힌두교식 전통을 고집하는 부모는 물론, 좋은 조건을 찾아 결혼하려 애쓰는 언니조차 제스 편이 아니다. 몰래 축구를 해온 게 들통나고, 그 때문에 결혼날짜를 받아뒀던 언니 핑키가 제스 때문에 파혼당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제스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던 줄스마저 코치와의 미묘한 감정 때문에 제스를 오해한다. 이 많은 걸림돌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영화의 원제인 ‘벤드 잇 라이크 베컴’은 ‘베컴처럼 그걸 감아 (차)라’는 뜻이다. 자유차기 때 상대방 선수들의 벽을 피해 공을 휘어 날아가도록 차라는 얘기다. 이 작품은 영화 속 주인공 제스 이상으로 ‘인생의 베컴 슛’에 도전한 이들이 만들었다. 차다 감독은 1960년대 영국으로 이민온 아버지가 “머리에 터번을 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에서 쫓겨났던” 아픔을 안고 있다.영화 속 제스처럼 인도계 영국인 2세인 주연배우 나그라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던” 기억으로 인해, 축구공을 한번도 차본 적이 없으면서도 오디션 때 “축구를 해봤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이 영화야말로 자기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그라는 하루 9시간의 브라질식 축구훈련을 달게 견뎌냈다. 인도의 전통적인 떠들썩함과 청춘의 밝은 기상이 잘 조화를 이룬다.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