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곤충의 습격’은 여름영화의 단골 소재 가운데 하나다. <프릭스>(원제 The eight legged freaks)에선 산업폐기물에 오염된 강가의 먹이를 먹고 수천, 수만배로 몸을 불린 거미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나타난 곳은 미국의 작고 외진 폐광촌. 거미농장의 주인은 괴물거미에게 습격당한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를 아는 건 보안관 샘(캐리 뷰러)의 어린 아들 마이크 뿐이다. 마이크의 말을 믿지 않으려던 사람들 앞에 차례차례 거대한 거미들의 습격이 이어진다. 10년만에 마을에 돌아온 광산 엔지니어 크리스(데이빗 아퀘트)는 그의 옛사랑인 샘, ‘외계인의 지구습격’을 믿는 괴짜 1인방송국 DJ 할란(더그 E 더그)과 함께 거미와 대결한다. 사실 <프릭스>의 스토리는 뻔하다. 게다가 <인디펜던스 데이><스타게이트>의 제작진들의 영화라니, 진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프릭스>는 ‘의외로’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1950년대 할리우드 B급 공포영화의 정서와 썰렁한 유머감각은 이 영화를 <인디펜던스 데이> 등과 같은 주류영화에서 슬쩍 비껴서게 한다. 영화속에 나오는 흑백 텔레비전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몰려드는 거미떼를 피해 마을주민들이 상가로 피할 때까지 장면의 긴박감은 옛 공포영화를 보는 듯 하다. 과부거미·깡충거미·타란튤라 등의 공격은 무시무시해 보이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수컷 거미들은 암컷 거미를 위해 사람들을 거미줄로 사람을 산 채 둘둘 미이라처럼 말아 매달아 놓는다. 거미와 싸우던 고양이는 천장에 석고상처럼 그 얼굴만 다. 특수효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괴물영화와 달리 짜임새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30살 감독 엘 브린의 장편 데뷔작. 30일 개봉.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