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감독 박영훈 출연 이병헌, 이미연, 이얼
제작 씨네2000 배급 쇼박스 개봉 10월 중
컨셉┃사랑하는 이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갔다. 그가 사랑을 호소해올 때 당신은?
온 스테이지┃대진(이병헌)과 호진(이얼)은 형제다. 은수(이미연)는 호진의 부인이다. 셋이 함께 사는데, 공교롭게 같은 날 대진과 호진이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됐다. 먼저 깨어난 대진이 호진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자신은 호진이라며 은수에게 사랑을 호소한다. 사랑은 영혼끼리 나누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있다. 영혼의 짝, ‘솔 메이트’라는 컨셉을 끌어온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중독>도 같은 이데올로기에 호소한다. 그 컨셉은 ‘빙의’(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빙의가 일어났을 때 사랑은 어떻게 될까.오프 스테이지┃<번지점프를 하다> 같기만 하다면 은수와 대진(호진의 영혼)과의 사랑에 걸림돌은, 형수와 시동생이 사랑해도 되냐는 관습과 제도의 시비뿐이다. 그러나 <중독>에는 역설이 있다. 영혼끼리의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끌어왔다가 거기에 저항한다. 그 역설이 어떤 울림을 줄지에 더해 이병헌, 이미연이라는 두 스타의 연기도 성패의 관건이다. 사랑에 대한 컨셉들이 퍼즐처럼 꽉 짜여진 이 이야기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 건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H
감독 이종혁 출연 염정아, 지진희
제작 봄 배급 A 라인 개봉 10월 중
컨셉┃연쇄살인이 벌어지는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감옥에 있다. 관객의 추리력과 정면승부하는 ‘인텔리전트 스릴러’.
온 스테이지┃신현은 6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해맑게 생긴 20대의 이 청년은, 살인을 통해 사람들을 구원하겠다는 확신범이다. 그가 수감된 지 1년 뒤 여고생, 임산부 등 신현이 죽인 사람과 같은 유형의 인간들이 같은 방식으로 살해되기 시작한다. 여형사 미연(염정아)과 강 형사(지진희)는 신현이 사주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감옥을 찾아간다. 그러나 지능까지 겸비한 이 확신범이 녹록하지 않다. 영화사 봄이 정통 스릴러 시장을 노리고 착수한 영화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오프 스테이지┃ 스릴러영화답게 제작사쪽의 보안이 철저하다. 전반부의 설정이 <양들의 침묵> 전편격인 <맨 헌터>와 흡사하지만 전혀 다른 반전들이 준비돼 있다고. 신현 역을 맡은 배우도 개봉 직전에 공개할 계획이다. 여자와 남자 형사가 파트너를 이루는, ‘남녀 버디무비’라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신인인 이종혁 감독은 박광수, 박종원 밑에서 조감독을 거쳤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죽어도 좋아
감독 박진표 출연 박치규, 이순예
제작 메이필름 배급 청어람 개봉 9월 중
컨셉┃70대 할아버지 할머니, 열애에 빠지다
온 스테이지┃사랑하는 순간만큼 살아 있음의 환희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또 있을까? 70대 노인의 애정과 섹스를 다룬 <죽어도 좋아>는 그런 점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찬가다. <청춘가>의 가사로 챕터를 나눈 박진표 감독의 관점도 그것이다. 카메라는 검버섯이 핀 피부와 늘어진 육신에도 억누를 수 없는 에너지와 욕망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비춘다. 거리 가판대 1평 남짓한 공간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종일 앉아 껌을 팔고 신문을 팔아 오늘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70대 할아버지에게 어느 날 사랑이 다가온다. 아니 사랑을 쟁취한다. 할머니를 만난 다음 할아버지의 방은 낙원이 되고, 사랑은 젊음이 부럽지 않은 정열을 되찾아준다.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오프 스테이지┃ 지난 7월23일 영화등급분류 소위원회는 성기노출 등의 이유로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등급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 상황에선 어디서도 이 영화를 틀 수 없다는 얘기. 메이필름은 수정이나 삭제없이 재심의를 신청했고, 재심의 결과는 8월27일 나올 예정이다.
밀애
감독 변영주 출연 김윤진, 이종원
제작 좋은영화 배급 시네마서비스 개봉 10월 중
컨셉┃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한 순간, 거부할 수 없는 유혹게임이 시작된다.
온 스테이지┃시골로 내려왔지만, 미흔은 여전히 두통과 불면에 시달린다. 2년 전, 크리스마스 오후에 급작스레 날아든 끔찍한 악몽을 잊지 못하기 때문.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시골병원 의사 인규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섹스는 하되 절대로 사랑해선 안 된다는 그의 게임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미흔의 생(生)은 점차 기운을 되찾는다.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낮은 목소리> <숨결> 등의 다큐멘터리로 주목받았던 변영주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으로, 전경린의 장편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아주 특별한 날>이 원작이다. 김윤진이 미흔으로, 이종원이 인규로 나온다. ‘격정멜로’라는 타이틀로 미뤄보건대, 남해의 고요한 풍광을 오선지 삼아 한 여자의 내면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기록한 영화가 될 듯.
오프 스테이지┃“우리, 돌아갈 거예요.” 신혜은 프로듀서가 듣기 두려워하는 말 중 하나다. 권혁준 촬영감독을 돕고 있는 폴란드 촬영스탭들의 귀국 날짜가 다음 작품 스케줄 때문에 못박혀 있어서, 8월 말까지 촬영지인 남해 생활을 청산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그를 압박하고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변덕스런 날씨 때문이다. 하루에도 세번씩 비가 왔다 그쳤다 하는 섬 기후 탓에 촬영장 세팅에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엔 부산의 갈대밭을 점찍어놨다가 낙동강 일대의 범람으로 부랴부랴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하루 4시간 수면으로 일주일 중 5∼6일 촬영에 나서는 변영주 감독의 꿋꿋함이야말로 신 PD에게는 둘도 없는 보약. 장염에 걸려 고생했던 김윤진을 비롯 두달 가까이 계속되는 여관의 합숙생활에 배우들과 스탭들의 체력은 바닥난 상태지만, 현장은 사이사이 농담이 그치질 않는다고.
품행제로
감독 조근식 출연 류승범, 임은경, 공효진
제작 KM컬처 배급 청어람 개봉 11월 초
컨셉┃모범시대 불량영웅, 본색을 드러내다. 온 스테이지┃여기, ‘전설’을 먹고사는 불량학생이 있다. 그의 이름은 박중필. ‘로라장’ 관리와 춘화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실력을 내보인 적은 없지만, 문덕고 최고의 쌈닭으로 불린다. 정작 본인은 하루하루가 따분함, 그 자체다. 그런 천하태평 박중필에게도 시험이 찾아온다. 이웃 여학교 퀸카 민희에게 홀딱 반하는 바람에 자신을 짝사랑해온 오공주파 나영의 방해공작에 시달리게 되는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전학생 상만과의 피할 수 없는 쟁투도 치러야 한다. 영화아카데미 13기 출신의 조근식 감독이 염두에 두는 건 이른바 열일곱 청춘들의 생동하는 기운을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하는 점. 80년대의 고등학교로 보는 이들을 불러들이지만, 감독은 “촌스럽고 우울한 분위기 대신 경쾌하고 명랑한 템포”로 끌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DJ DOC의 이하늘과 양동근의 첫 번째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제이가 함께 만들고 있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도 기대를 모은다.오프 스테이지┃ 캐스팅은 클린업 트리오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중필 역의 류승범을 비롯 민희 역의 임은경, 나영 역의 공효진 등은 명랑만화 캐릭터에 못지않은 발랄함을 지니고 있는 개성만점의 배우들. 특히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류승범은 투철한 책임의식으로 무장, 조근식 감독에게 곧잘 대든다고(?). “현장에서 감독님이 상황만으로 끌고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인간 류승범을 원하기도 하고, 시나리오상의 중필을 원하기도 해요. 그런데 제 의견이 같을 수만은 없잖아요. 싸웠다기보다는 격렬한 토론이라고 봐야죠.” 토론은 술자리까지 이어지는 게 다반사라 촬영현장에선 “감독과 류승범이 사귄다”는 믿지 못할 소문도 퍼져 있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