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선 보기 드문 현란하고 힘찬 액션장면과 감독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가 디브이디 타이틀로 출시되었다. 프랑스어로 ‘검다’라는 뜻의 ‘누아르’를 표방한 영화답게 <피도 눈물도 없이>는 상당 부분이 어두운 실내 공간이나 밤 거리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이번에 출시된 디브이디는 무엇보다 그런 특징을 뛰어난 화질을 통해 충실하게 되살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디브이디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류승완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특색 있는 부록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는 것도 이 타이틀의 눈에 띄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 감독의 입담을 통해 영화의 뒷이야기를 맛볼 수 있는 ‘오디오 코멘터리’ 코너. 재미있는 것은 감독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조명, 액션, 미술, 프로듀서 등 주요 제작진이 총출동해 한꺼번에 오디오 코멘터리를 녹음했다는 사실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진행하는 만큼 약간의 산만함도 있지만, 화면 진행에 따라 각자가 맡은 부분에 대해 적절한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은 들을수록 재미있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부록은 ‘삭제장면’ 코너. 최근 대다수의 타이틀들이 그저 의무감에서 수록하기 일쑤인 이 코너가 빛을 발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심리상태를 명확히 해주는 대사들이 수록된 장면들이어서 다소 비약이 심한 영화 줄거리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돕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엔딩과 관련된 삭제장면들도 많이 들어있어 있어, 보는 이들을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그 중에서도 인기 인디밴드인 ‘크라잉 넛’의 멤버들이 갑자기 나오는 장면에서 맛볼 수 있는 신선한 충격은, 가히 압권이라 할 만 하다.이 밖에도 신조어인 ‘펄프 누아르’에 대한 설명이 따라붙는 ‘Pulp Noiris…’ 코너,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인터뷰’ 코너, 그리고 무술감독 겸 배우로 등장한 정두홍씨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뮤직 비디오 <사진>’ 코너도 <피도 눈물도 없이> 디브이디 타이틀의 일관된 분위기를 훌륭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철민/디브이비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