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이다. 데뷔한 지 25년이 넘는 기간에 <겨울여자>, <적도의 꽃>, <깊고 푸른 밤>. <사의 찬미> 등 주연한 영화도 70여 편을 훌쩍 넘는 장미희가 영화 <아버지> 이후 5년만에 영화 <보리울의 여름>으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에 출연하는 풍산개 한 마리를 데리고 촬영장에 나타난 장미희는 70~80년대 영화계를 주름잡던 20대 여배우의 ‘소녀 같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동안이요? 후진양성하면서 지냈어요" 장미희는 <아버지> 이후 지난 5년간 「육남매」, 「엄마야 누나야」 등 TV드라마에는 출연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이 교수로 있는 명지대 연극 영상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냈다. 학생들과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장교수’는 젊은이들의 에너지에 흠뻑 빠져있는 모습이다.
그가 간만에 영화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은 바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이름값’ 때문. <개 같은 날의 오후>를 연출했던 이민용 감독과 <불 좀 꺼주세요>, <아름다운 거리> 등 대학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연극의 희곡작가 이만희에 대한 신뢰가 5년만의 영화 출연을 이끈 것이다.
‘다들 열심히 하고 서로 잘해주고, 경치도 좋아서 꼭 노는 것 같아요’
장미희와 이민용 감독 그리고, 차인표, 박영규 씨 등 출연배우들은 원래 사석에서도 자주 만날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 ‘스태프들 사이의 신뢰가 바탕이 된 좋은 분위기가 화면 곳곳에 따사로움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장미희의 기대다.
영화속에서 맡은 원장 수녀는 겉으로는 완고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깊은 정을 간직한 인물. 새로 부임 온 젊은 김신부(차인표)의 자유분방함과 충돌하지만 결국 김신부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역이다. 수녀 연기를 위해서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모 장애아 복지시설을 방문, 직접 수녀님들로부터 연기지도를 받기도 했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을 묻자 이 베테랑 배우의 입에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장미희가 출연하고 싶은 영화의 감독은 젊은 감독 민병훈이나 류승환 감독의 작품. <벌이 날다>의 민병훈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관성 있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으며, 류승환 감독의 영화 중에서는 <죽거나 나쁘거나>를 인상깊게 봤다고.
핸드폰에 걸린 앙증맞은 고양이 모양의 액세서리 만큼 소녀적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장미희는 오랜 배우 경력만큼이나 자기 생각을 명쾌히 밝히는 모습에서 영화 속에 나오는 완고하지만 정많은 원장 수녀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김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