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오아시스>는 아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물론 상대적인 개념이고, 주관적인 판단이다). 어지간한 코미디 못지않게 재미있었고, 코끝도 가슴도 찡했다. 관객이 많이 들어서 돈도 많이 벌기 바란다. 영화 보고 나서 재미없으면 입장료 돌려줄 테니 꼭 보라는 격문이라도 누가 써주면 좋겠다. 걱정은(오지랖도 참 넓다), 언론에 실리는 영화평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관객이, <오아시스>가 재미있고 좋은 영화라는 비평을 안 믿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많은 관객은 ‘평론가나 기자들이 좋다는 영화는 재미없다’거나, ‘별점의 별 개수가 적은 영화가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비평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됐다.
최근 문단의 ‘주례사 비평’을 비판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스타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상당수 작품에 대한 비평이, 비판을 배제한 주례사 같은 비평에 그치고 있는 평단의 행태를 꼬집는 책이라고 한다. 주례사 비평이란, 문학작품에 대한 비평에서 비판은 드물고 칭찬 일색인 비평을 덕담과 격려로 일관하는 결혼식 주례사에 빗대 일컫는 말이다. 만연한 주례사 비평은 문단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화쪽도 만만치 않다. 한국영화, 할리우드의 흥행대작이나 유명 감독의 화제작에 대한 평론가나 언론의 비평은 문단의 주례사 비평에 버금간다고 해도 달리 할말이 없어 보인다. 특히 한국영화 중에서도 메이저 제작사, 메이저 배급사, 유명 감독의 작품, ‘대박’영화나 규모가 큰 영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사실이다. 시사회 뒤 사석에서는 거침없는 비판을 늘어놓던 사람들도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글에서는 에두르기 일쑤고, 개봉 즈음에 나오는 글은 대체로 주례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해설성 비평이 주조를 이룬다.
그런 사정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개봉 직전이나 직후에 나오는 평가는 영화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외화든 한국영화든 수십억원의 돈까지 걸려 있어서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런 제작자나 수입사, 배급사 관계자들을 뻔히 아는 처지라면 시쳇말로 대놓고 ‘씹기’가 민망한 것도 인지상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평에는 어느덧 묵시적인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대개의 비평은,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 약간과 이런저런 배경으로 글을 시작해서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다시 약간의 해설을 더한 다음, 어느 배우 연기가 좋았다느니 하는 몇 가지 칭찬을 하고, 이러이러한 것은 좀 아쉽다고 끝을 맺는다. 영화에 따라 칭찬과 아쉬움의 강도와 비율이 조금씩 조절될 뿐이다.
물론 본격 평론이나 저널리즘 비평과 언론의 리뷰가 다르고, 일반화할 수 없는 요소들도 많기에 비평의 본령에 대한 심오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천편일률적인 주례사보다는 평자의 개성, 주관적 감성이나 안목에 따른 다양한 분석과 해설이 비평의 순기능으로 더 크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짧은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다. 관객이 비평을 읽고 ‘아무개 평론가와 어느 신문은 이렇다고 하고, 또 다른 아무개 평론가와 어느 신문은 저렇다고 하고… 도대체 그 영화가 뭐 어떻기에 그럴까… 내가 보고 판단하겠다…’ 이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부디 <오아시스> 광고하는 글이라고 욕하지 마시고, <오아시스>를 좋게 봤으면 박수 쳐주시고, 안 좋게 보셨으면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그러자고 이 글을 쓴 겁니다. 조종국/ 조우필름 대표 kookia@jow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