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r of Echoes 1999년, 감독 데이비드 코엡 출연 케빈 베이컨 MBC 8월10일(토) 밤 11시20분
“그래서 니가 죽은 거였어?” 아이는 허공을 향해 묻는다. 아니, 정확하게 보자면 허공이 아니라 카메라를 향해 말한다. 과연 아이는 무엇을 보고 대화를 청하는 것일까. <스터 오브 에코>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공포스릴러다.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현상을 눈앞에 두게 된다. 그들은 남들보다 영적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최면상태를 경험한 뒤 귀신의 모습을 마주치는 것이다. <스터 오브 에코>의 공포는 여기서 출발한다. 괴물의 출현이나 정신병자의 학살극 대신 무엇인가를 함께 ‘볼 수 있다’는 행위에서 비롯된 공포다.
톰은 아내와 다섯살난 아들을 거느린 가장이다. 그는 전선공으로 일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최면술사인 처제는 어느 날 심심풀이로 톰에게 최면을 건다. 그런데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아들인 제이크의 행동이 그렇다. 허공을 향해 대화를 하고 알 수 없는 예지능력까지 생겼다. 톰은 아들 역시 최면 때문에 이런 일을 겪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제이크는 어느 소녀의 영혼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는 톰에게도 모습을 드러낸다.
<스터 오브 에코>는 <식스 센스>와 비교되곤 했다. 초자연 현상을 순수한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한 아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귀신이라는 동양적 소재,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의 한풀이라는 것은 두 영화가 공통적으로 간직하는 요소다. <스터 오브 에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의 긴장감은 다양한 시점 변주로 극대화된다. 처음에 톰은 아들 행동이 기묘하다고 느낀다. 혼자 장난치는 아이의 재롱 같다. 이후 그는 거실과 집안 곳곳에 출몰하는 여성의 혼을 목격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톰의 시점에서 현실과 환각, 사만사라는 억울하게 숨진 소녀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스터 오브 에코>는 후반으로 향하면서 전지적 시점으로 카메라 시선이 옮겨간다. 이제 우리는 톰의 아내가 목욕물을 받고 있을 때, 곁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귀신의 존재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스터 오브 에코>는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고전들, 그 영화적 장치를 꼼꼼하게 연구하고 재인용한 결과물이다.
데이비드 코엡 감독은 할리우드의 일급 시나리오 작가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최근작 <패닉 룸>과 <스파이더 맨>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대형 프로젝트가 그의 손을 거쳐 영화화되었다. 그의 시나리오 필모그래피엔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도 포함된다. 데이비드 코엡은 감독작인 <트리거 이펙트>(1996)에서 정전 사태를 겪는 어느 도시인들의 혼란상태를 냉소적인 스릴러로 빚어냈는데 <스터 오브 에코>에서도 비슷한 흔적은 발견된다. 겉보기에 평온한 중산층 시민의 이기심과 사악한 욕망이 결국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에 일조했음을 밝히는 것. 서늘한 느낌은, <식스 센스>보다 매섭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