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영화제 www.senef.net에서 상영, 8월29일 오프라인영화제도 열려올해로 3회째를 맞은 디지털 영화축제 ‘세네프영화제’가 ‘상상, 공감, 변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7월3일부터 온라인영화제를 열고 있다. 8월23일 오프라인영화제 개막에 앞서 세네프 홈페이지 www.senef.net에서 열리고 있는 이 온라인영화제는 오프라인영화제가 끝나는 8월29일까지 계속된다. 누구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영화제 상영작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비록 여러 다른 관객과 함께 어두운 극장에 모여 감흥을 나누고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맛은 없지만. 세네프 온라인영화제에서 관객 각 개인은, 심사위원들의 심사와는 별도로, 모든 작품을 온라인상에서 보고 직접 작품마다 점수를 매겨 네티즌만의 수상작을 결정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세네프 온라인영화제는 올해 총 60편의 작품을 준비해놓고 있다. 그중 37편은 최근 해외에서 만들어진 우수한 디지털영화들을 총망라한 국제경쟁 부문 ‘디지털 온라인 부문’이다. 픽션, 다큐멘터리, 익스페리멘탈, 애니메이션, 플래시애니메이션, 웹아트&인터랙티브 등의 서브섹션으로 나뉘어 있는 디지털 온라인 부문에서, <피츠버그의 이카루스>(미국, 커크 호스테터&에반 메이더)는 가장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되는 이 작품은, 피츠버그의 미식축구팀 ‘스틸러’의 1979년 결승전 날 헬륨 가스를 주입한 옷을 입고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추락해 반신불구로 살아온 아치 맥널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화는 아치의 실사화면 인터뷰와 디지털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미식축구 경기장면, 역시 디지털로 만든 아치의 해프닝 장면, 실제 스틸러 팬들이 아치에게 격려를 하는 모습 등을 아련한 정조의 음악과 함께 매우 독창적으로 연결시켜 보인다. 미식축구를 사랑했던 죽은 아버지에게 경기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갔던 주인공의 비현실적인 스토리가 디지털을 통해 환상적으로 살아나면서 디지털이라는 매체에 따스함을 담은 수작이다. 플래시애니메이션 부문의 <쿤스트바>(캐나다, 페트리 라운지&스티브 화이트하우스)도 <피츠버그의 이카루스>와 더불어 놓치지 말아야 할 좋은 작품이다. 다소 단순한 동작처리, 미세하지 못한 색상 등 플래시애니메이션의 한계를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훌쩍 뛰어넘는 이 영화는, 2002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웹필름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한 남자가 ‘쿤스트바’(예술바)에서 겪는 이색체험을 판타스틱하게 그린 작품. ‘피카소, 클레, 마티스, 폴록, 고흐’ 등 화가 이름의 칵테일을 파는 쿤스트바에서, 사람들은 폴록 칵테일을 시키고는 웨이터의 ‘술 뿌리기’를 당하거나, 고흐의 칵테일을 마시고 귀 하나가 잘리거나, ‘생각하는 사람’ 동상이 되어 로댕 칵테일을 마시는 등, 예술작품의 육체적인 체험을 한다. <플로우>(네덜란드, 한 후거브르그)는 ‘인터랙티브 광상곡’으로 명명된 다소 사변적인 인터랙티브 웹아트다. 인터랙티브 웹아트란, 관객이 컴퓨터 마우스의 클릭을 통해 직접 모니터 화면상의 이미지들을 조작, 변형시키며 작품과 상호작용을 하는 웹상의 이미지물. <플로우>에는 종교, 건강, 죽음 등 인생의 문제들에 대면한 인물이 등장해 관객과의 대화를 요구한다. 세네프 온라인영화제는 해외 작품들과 더불어 국내 신인감독의 실험적인 디지털영화들을 모아 선보이는 ‘넥스트 스트림’ 섹션을 마련한다. 올해 넥스트 스트림 부문에는 <만행>(김현석), <목록1/묻어있는>(채기), <트루 메모리>(최익환) 등 인디포럼 혹은 TV 독립영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작품들을 포함해 <연분>(이애림), <베리 굿>(이재진) 등 완성도 높은 신인작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 등 총 12편이 상영된다. <연분>은 도둑과 눈이 맞아 달아나는 색시와 그녀의 신랑의 이야기를 담은 17분짜리 컴퓨터애니메이션. <베리 굿>은 모델에게 환각제를 먹이고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작가를 통해 인간의 광포한 일면을 비추는 15분짜리 실사영화다.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작품을 모은 ‘유니폼/멀티폼’ 섹션의 5개 상영작 중에서는 <우주 저멀리>(이윤경)가 시선을 끈다. 방 안에서 몰래 포르노잡지를 보다 잠든 사춘기 소녀가 꾸는 에로틱한 꿈을 종이에 그린 그림들로 표현하는 페이퍼애니메이션 <우주 저멀리>는 소박한 재료로 파격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세네프 영화제에는 외국 주요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초청전 ‘퍼스펙티브 아이’ 섹션도 있다. 올해의 초청작가는 브렛 사이먼, 스탄자, 그리고 ‘그룹101’. 브렛 사이먼은 UC 버클리 필름학 박사과정에 있는 비디오·필름아티스트로, 세네프에는 미국 전역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만드는 9·11 테러 추모연작 에 속하는 그의 작품 <무제> 등 5편이 초청됐다. 스탄자는 멀티미디어, 전자음악, 회화 등 여러 장르의 예술활동을 하는 영국 출신 작가. 도시의 구조와 추상적인 이미지를 관객이 마우스 조작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구축하게 하는 그의 인터랙티브 웹아트 <센트럴 시티>가 선보인다. 그룹101은 미디어계열에 종사하는 6명의 작가가 2000년 1월 결성한 디지털창작집단이다. www.group101films.com 사이트와 오프라인상의 세계 주요도시에 거점을 두고 ‘한달에 한편의 영상물을 만든다’는 원칙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대표작 <가상교환> <나의 달콤한 휴가> 등 5편이 세네프에서 관객과 만난다.최수임[사진설명]1. 제3회 세네프 영화제 포스터.2. <피츠버그의 이카루스>- 미식축구 결승전 날 하늘로 치솟은 한 남자의 놀랍고 슬픈 회고담.3. <쿤스트바>- 플래시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칸 웹필름 최고상 수상작.4. <플로우>- 클릭하라, 그러면 움직일 것이다. 네덜란드 작가의 인터랙티브 웹아트.5. <베리 굿>- 모델에게 환각제를 먹이는 사진 작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