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부천영화제가 관객의 호응 속에 차분히 막을 내렸다. 7월18일 폐막과 함께 8일간의 공식 일정을 모두 접고, 깜짝상영 등이 포진한 이틀간의 포스트 페스티벌까지 성황리에 치러낸 것이다. 18일 현재까지 부천을 다녀간 관객은 4만5천명으로, 포스트 페스티벌을 합친 열흘간의 행사기간 동안 모두 6만명의 관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8일을 기준으로 잡아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 늘어난 수치. 미이케 다카시, 피터 잭슨의 작품 등으로 꾸려진 심야상영, 콘서트와 영화상영을 결합한 씨네락 콘서트,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젊은 단편들을 선보이는 단편걸작선 등 ‘부천의 명물’로 자리잡은 프로그램의 매진 행렬은 이제 기본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과 상영관에 고르고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지는 등 올해 부천영화제는 행사기간 내내 관객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다. 모두 9편의 영화들이 겨룬 부천초이스 장편부문에서 심사위원장 제리 샤츠버그를 비롯한 심사위원단은 독일 출신 스벤 타딕겐 감독의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를 편애했다. 제목과 달리 뱀파이어가 나오지 않는 독특한 성장드라마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는 부천 초이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휩쓸었다. 심사위원단은 “성장과 성을 다룬 가장 오리지널한 영화라는 점, 감독이 매우 창조적인 스토리텔링과 함께 섬세한 감수성과 유머를 능숙하게 다루었다는 점, 그리고 로만 크니즈카가 주인공 요쉬 역을 매우 인간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로 갓 데뷔한 스물여덟의 젊은 감독 스벤 타딕겐은 남우주연상을 대리 수상할 때만 해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이었지만, 감독상, 작품상 수상을 위해 연거푸 무대에 오르게 되자, 수상소감이 바닥나 안절부절하는 행복한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우주연상은 “품위와 유머를 잃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 <사마귀 부인>의 크리스티안 회르비거가 수상했다. 관객상은 <검은 물 밑에서> <디 아이>와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각축을 벌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돌아갔는데, 김동원 감독은 “이번 수상은 오늘 폐막 축하공연을 한 우리 주연배우 양동근씨 덕인 것 같다”며 뜻밖의 수상인 듯 기뻐했다. 올 부천 상영작 중에서 가장 무서운 영화 중 하나로 꼽힌 나타다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단편부문에선 구스타보 살메론의 <양상추 여자와 송어 남자>가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국민카드상-단편심사위원상은 내시 에저튼의 <불후의 명작>에 돌아갔다. 올해 부천을 찾은 해외 게스트는 약 70명. 37개국 173편을 상영한 영화제 규모에 비하면 게스트는 적은 편이지만, 이들의 활동상은 화려했다. 올해 게스트들은 유난히 극장과 이벤트 나들이를 즐겼는데, 특히 심사위원장 제리 샤츠버그와 심사위원 이혜영씨, 헤어초크에 관한 다큐를 들고 온 레스 블랭크 등이 ‘최고의 출석률’을 보인 게스트들. 레스 블랭크는 영화상영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진 뒤 자신의 저서와 비디오 등을 염가로 판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해 부천 최고의 ‘스타’는 단연 미이케 다카시다. 대표작 심야상영이 전체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매진돼, 진작부터 ‘인기 돌풍’을 예고한 미이케 다카시는 <이치, 더 킬러> 등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영화제 홈페이지 게시판에선 미이케 다카시 커뮤니티가 만들어졌고, 일부 관객은 끈질긴 요청으로 <이치, 더 킬러>를 깜짝상영작 목록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브리트니 베이비, 원 모어 타임>의 실제 모델이자 주연배우인 로버트 스티븐스는 질의응답시간에 브리트니 댄스 시범을 보이는 등의 뛰어난 쇼맨십으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디 아이>로 방한한 홍콩의 팡 브러더스는 게스트 중에서 가장 많은 인터뷰 스케줄을 소화했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치러졌다. 젊은 관객이 운집한 복사골 일대의 분위기는 ‘축제’라기보다는 ‘동호회’에 가까웠다. 행사장 밖까지 떠들썩하고 요란한 축제의 정취가 넘쳐나길 바란 관객이나 미담보다는 사건사고를 좇게 마련인 취재진이 심심해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늘 지적되곤 하는 영사사고나 셔틀버스 운행문제도 올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미숙하거나 불친절한 자원봉사자와 마주치기도 힘들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의 응대가 따뜻하고 살가울 수밖에 없다. 수적으로 질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인 올 행사에 대해 김홍준 집행위원장도 만족스럽다는 자평을 내보인다. “관객 동원규모 같은 수치상의 목표란 건 없다. 언제나 관객과 게스트가 만족하고, 영화제 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길 원하는데, 그게 지난해보다 많이 나아졌고, 내년엔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알게 됐다. 예상 밖의 호응을 얻은 건, 프로그램이나 운영이 갑자기 좋아져서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 영화제를 즐기는 법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1회나 2회 때는 존재하지 않던 부천영화제의 문화라는 것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이 영화제가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될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인다. 글 박은영 cinepark@hani.co.kr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디자인 한정연 han7329@hani.co.kr 부천초이스 수상결과 장편부문 작품상 :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 관객상 :심사위원 특별상 :스페셜 맨션:<우리 오빠는 뱀파이어>(독일, 스벤 타딕켄) 스벤 타딕켄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 로만 크니즈카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 크리스티안 회르비거 <사마귀 부인>(오스트리아, 파울 하라터) <해적, 디스코왕 되다>(한국, 김동원) <검은 물 밑에서>(일본, 나카다 히데오) 구로키 히토미, 간노 리오 <검은 물 밑에서> 단편부문 대상 :국민카드상단편심사위원상 :관객상 : <양상추 여자와 송어 남자>(스페인, 구스타보 살메론) <불후의 명작>(호주, 내쉬 에드게톤)<양상추 여자와 송어 남자>(스페인, 구스타보 살메론)
▶ 굿바이 부천, 어게인 2002
▶ 메가토크 제 1장 : 미이케 다카시 vs 김지운
▶ 메가토크 제 2장 : 할리우드, 한국영화를 주목하다:한국영화의 리메이크
▶ 메가토크 제 3장 블루무비 특별상영 및 세미나: 검열과 극장
▶ ‘국제문화건달’ 스콧 버거슨의 9박10일 부천방랑기 (1)
▶ ‘국제문화건달’ 스콧 버거슨의 9박10일 부천방랑기 (2)
▶ ‘국제문화건달’ 스콧 버거슨의 9박10일 부천방랑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