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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토크 제 2장 : 할리우드, 한국영화를 주목하다:한국영화의 리메이크
2002-07-27

˝<시월애> 리메이크, 스필버그에게 맡져질지도˝

˝<시월애> 리메이크, 스필버그에게 맡져질지도˝ 제2장 할리우드, 한국영화를 주목하다:한국영화의 리메이크

미이케 다카시만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 아니다. 최근 반년 사이, 할리우드가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미라맥스가 <조폭 마누라>를, 드림웍스가 <엽기적인 그녀>를, 워너브러더스가 <시월애>를 ‘찜’한 데 이어, <조용한 가족>은 미국 현지에서 독립적인 방식으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디까지가 소문이고 어디부터가 진상인지를 따져 묻거나,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감상에 젖기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방점을 찍어야 할 시점.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3편의 한국영화 리메이크 계약을 성사시킨 프로듀서 로이 리, <조용한 가족>의 리메이크를 독립적으로 진행중인 감독 크리스 유가 그래서, 부천을 찾았다. 로이 리는 현재 <링>의 리메이크의 완성을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카오스> <검은 물 밑에서> 등의 리메이크도 추진하는 등 아시아영화에 관심이 많은 할리우드 인사이더. 크리스 유는 단편 <옐로우 벨>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인연으로, 현재 한맥영화사에서 장편 데뷔작 을 준비중이며, <조용한 가족>은 그 다음 프로젝트로 기획하고 있다. 김홍준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의 유머는 한국인 정서에 맞는 것이라고들 한다. 어떤 점에서 이들 작품이 보편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했나. 로이 리 그 작품들을 한국 사람들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느 문화권에나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조폭 마누라>는 마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여성판 <트루 라이즈>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 <엽기적인 그녀>도 보편적인 로맨틱코미디라고 생각했다.

김홍준 리메이크가 오리지널 버전의 현지 배급과 얼마만큼의 연관성을 가질 것으로 보는가. 로이 리 그건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쉬리>가 미국 개봉에 실패한 걸 보면, 아직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 리메이크가 성공하면 오리지널 배급에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리메이크를 결정할 때 오리지널 배급권까지 동시에 구매하는 것이 기본이니까.

리메이크 진도와 과정은 프로젝트별로 다르다. <엽기적인 그녀>는 영문 각색 시나리오 초고가 나와 있는 상태. 배경이 뉴욕으로, 인물이 미국인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다른 요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스튜디오는 좀더 미국화한 시나리오를 원하고 있어, 오랜 조정과 개발 단계를 거쳐야 할 듯하다고. “<시월애>는 워너브러더스의 간부가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어, 각색도 자신이 총애하는 작가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스티븐 클로브스에게 맡겼다. 스필버그에게 연출을 의뢰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현재 <조용한 가족>의 각색을 진행중인 크리스 유는 “살인묘사나 사건의 흐름 같은 것들은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있지만, 가족에 대한 묘사에는 문화적인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자살 커플은 나치들로, 외부의 위협을 상징하는 간첩 침투는 텍사스 죄수 탈옥사건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객 할리우드가 최근 리메이크에 열을 올리는 것은 왜일까. 아이디어가 고갈됐기 때문일까. 크리스 유 단순히 아이디어가 고갈됐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리메이크가 유행하고 있는 것은 즉각적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이나 TV드라마와 달리, 이미 영화라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보는 즉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로이 리 아이디어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할리우드가 게을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단계에 들어가는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관객 유럽은 할리우드에서 자국의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면 모욕감을 느낀다. 같은 소재로 더 나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그들의 우월감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로이 리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한다는 걸 불쾌해하는 쪽이 더 우월감에 젖어 있는 것 아닌가. 크리스 유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붐에는 미국식 문화제국주의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미국화하고 미국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려 하는, 덜 국제적인 태도 말이다. 할리우드의 한국영화 리메이크 현황을 짚어본 이 자리에는 유난히 많은 청중이 자리를 메웠다. 한국영화 제작 관계자와 해외영업 실무 담당자들이 객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할리우드에서 활동중인 배우 오순택씨, ‘리메이크 당하는’ 입장인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 <스크린 인터내셔널> <엠파이어> 등의 해외 저널리스트들도 눈에 띄었다. 로이 리는 향후 리메이크 계획을 묻는 관객의 질문에 “시네마서비스랑 얘기가 잘돼, <피도 눈물도 없이>의 리메이크를 진행중이다. 각색자가 두 여주인공을 레즈비언으로 설정하려 들어서,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스튜디오에 제작을 타진해볼 생각”이라고 밝혀, 또 한번 이목을 끌었다.

▶ 굿바이 부천, 어게인 2002

▶ 메가토크 제 1장 : 미이케 다카시 vs 김지운

▶ 메가토크 제 2장 : 할리우드, 한국영화를 주목하다:한국영화의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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