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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성좌로 인간의 특질 풀어낸 범죄소설 아스트로크리미스 시리즈
2002-07-25

별자리로 보는 범죄, 범죄학

이룸 펴냄/ 각권 7500원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개개인의 인간은 저마다 고유한 성질을 지니고 있고, 그것마저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바뀌어버리는 경우가 잦다. 간혹 시시각각으로 천변만화하는 ‘더러운’ 성질을 가진 인간들도 있다. 반대로 사람들에게 비슷한 성향이 발견되기도 한다. 누구는 어떤 타입이라고 우리는 흔히 말한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예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와 아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인상까지도 닮아 있다. 전혀 인척관계가 없고, 비슷한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모두 다르고, 또 닮아 있다. 그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인간을 설명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4원소나, 12성좌 또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질과 기운을 따지는 것이다. 물론 통계다. 인간이 단지 4개의 혈액형이나, 12개의 성좌만으로 정확하게 구분된다면 세상은 정말 따분한 곳이 될 것이다. 인간은 통계를 벗어나 환경에 따라 성질을 변화시키고, 타고난 성질을 의지로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100%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자연의 산물이기도 하다. 만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처럼, 인간 역시 자연과 조응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의 기운에 따라 인간의 성질과 기운이 변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자신이 어떤 혈액형이고, 별자리인지를 아는 것은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보완하며 나아가라는 충고일지도 모른다. 잘될지는 알 수 없지만.

<주저하지 않는 물고기자리> <죽음의 활화산 양자리> <잔인한 사자자리> <신비로운 전갈자리> 등등의 제목을 가진 아스트로크리미스 시리즈는 인간과 범죄의 관계를 12성좌의 특성에 따라 풀어내고 있다. 이를테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쌍둥이자리나 끝까지 찾아가서 복수하는 궁수자리가 자신의 성향에 의거하여 저지르는 범죄를 그린 것이다. 독일의 아이크폰 출판사는 독일을 비롯한 세계의 범죄소설 작가들에게 의뢰하여, 범죄의 기원이 별자리였음을 보여주는 단편소설을 받아 12권의 시리즈로 만들었다. 각권에는 5, 6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 중에는 별자리를 신봉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흥밋거리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지지파의 입장에는 “별자리 점성술은 심리학이 다른 방법으로 진보한 것이다”(랠프 게스텐베르그), “별자리의 가르침은 인생의 신비로움과 인간 정신의 복합성에 대한 대체할 수 없는 항해술 기구이다”(스카이에 알렉산더), “별자리는 진실을 말하지만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스튜어드 카민스키) 등이 있다. 시리즈를 기획한 세명의 출판기획자들은 ‘범죄소설 작가 중에는 물고기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스트로크리미스 시리즈를 통하여 별자리마다의 독특한 성향이 범죄로 촉발되는 경로를 보는 것은 꽤 흥미롭다. 이를테면 경력과 사랑이 갈등을 일으켰을 때에는 ‘간교한 형식주의자’인 게자리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 전갈자리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의 비밀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의 비밀을 캐내려는 시도는 극히 위험하다. 이 소설들을 보고 있으면, 역시 인간은 타고난 대로 사는 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2권의 시리즈 전체를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대부분 자신의 별자리나 아주 가까운 사람의 별자리 소설만 읽게 될 것이다. 읽어가며 나 자신과, 그 사람과 비교해가는 과정은 때로 유쾌하고, 때로 추잡하다. 신문에 매일 실리는, 그냥 웃고 넘기는 ‘오늘의 운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어쩐지 별자리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것 같아서.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