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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은혜갚기&기브리즈 에피소드2
2002-07-25

부잣집의 씨뿌리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개봉 10일 만에 전국 56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비록 약 1년 정도의 터울이 있긴 하지만 최근작데다가 전용 홈페이지 제작 등의 유례없는 홍보 마케팅비 투입, 세계 3대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서의 그랑프리 수상이라는 실시간으로 벌어진 화제성 등으로 인해 디즈니풍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일반 관객층까지 흡수하며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흥행작 부재라는 딜레마를 말끔히 해소해냈다.

하지만 아쉬운 일은 이 노감독의 새로운 장편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19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의 감독을 맡으며 미야자키·다카하타 2인 체제로 흘러가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후계자로 낙점받았던 곤도 요시후미가 1998년 1월 갑작스레 사망하자 어쩔 수 없이 제작 일선으로 다시 복귀한 미야자키 감독은 차기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작하게 되었지만 최근 인터뷰 석상에서 더이상 장편은 제작하지 않을 것이며 단편제작이나 후진양성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입장 표명을 하였다.

실제로 이후 상영이나 제작예정인 ‘지브리’ 작품의 감독들은 마니아들 사이에서조차 익숙지 않은 신진으로 채워지고 있다. 올해 7월에 일본에서 개봉예정인 ‘지브리’로서 이례적인 후속작이랄 수 있는 <귀를 기울이면>의 2탄격인 <고양이의 은혜갚기>의 감독으로는 <이웃의 야마다군>에서 원화를 담당했던 ‘모리타 히로유키’가 맡았다. 전작인 <귀를…>에서의 히로인 시즈쿠가 쓴 극중소설 <바론의 이야기>의 모티브를 가져온 스토리로 평범한 여고생 ‘하루’와 고양이나라의 왕자 ‘룬’을 우연히 구해주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신비한 일이 벌어진다는 스토리다. <은하철도의 밤>이나 <미캉일기>와 같은 작품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의인화된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 작품의 볼거리다.

이 작품과 동시에 개봉되는 25분짜리 단편 <기브리즈 에피소드2>의 감독은 <모노노케 공주> CG와 <이웃의 야마다군>의 연출을 맡았던 ‘모모세 요시유키’가 맡고 있다. <이웃의 야마다군>에 쓰인, ‘지브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CG기법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자아내는 화면을 보여주지만, 훨씬 깊이감 있는 표현으로 변화해 있다(하지만 간단해 보이는 이 그림들은 엄청난 제작시간과 일감이 소요되기로 악명 높은 제작방식이다). ‘지브리’ 작품의 관리자라 할 수 있는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의 낙서에서 출발한 이 애니메이션은 ‘기브리’라는 가상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기본 배경으로 <첫사랑> <댄스> 등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CG기법과 기존의 재패니메이션의 제작 노하우와의 접목노력은 ‘가이낙스’의 <아니메사랑의 아와아와와와>나 ‘모리모토 고지’나 ‘신카이 마코토’ 같은 신예 감독들에 의해 다양한 길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계에는 인력부족, 문화적 경쟁력 약화 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쌓여진 토양 위에 하나하나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려가고 있다. ‘젊은 피’도 좋고 ‘기존의 제작 경험’도 좋지만 본격적인 무한시장 경쟁체제로 올라가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시장을 지탱해줄 수 있는 우리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제작시스템들의 정립이 시급한 때다. 김세준/ 만화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 neoeva@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