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컬처잼 > e-윈도우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제
2002-07-23

조지 루카스가 배꼽잡네

지금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 중에서, <스타워즈>의 영향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아마도 끝까지 살아남아 있는 몇몇 노장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스타워즈>의 세례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77년 개봉 이후 블록버스터 시대를 정착시키면서 세계 영화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음은 물론, 혁명적인 테크놀로지의 사용을 통한 영화의 표현한계를 극복하게 만들었고, 극대화된 상상력이 있다면 영화가 미래의 역사까지 창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스타워즈>와의 절연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이 개봉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워즈 에피소드2>를 보며 영화인으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중일 것임이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미래의 조지 루카스를 꿈꾸며 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선택한 이들을 위한 작은 영화축제가 얼마 전 인터넷에서 펼쳐져 화제가 되었다. ‘2002 <스타워즈> 팬 필름 어워즈’라는 다소 긴 이름의 이 영화제는, 대표적인 인터넷 영화상영사이트인 아톰필름과 조지 루카스의 영화사 루카스필름이 공동 개최한 일종의 인터넷단편영화제였다. 기본적으로 전세계에서 단편영화를 만드는 <스타워즈> 팬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었던 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조지 루카스 본인이 직접 예선통과 작품들 중에서 한 작품을 골라 최고 영예인 조지 루카스상(George Lucas Selects Award)을 수여한다는 사실. 더불어 루카스필름의 직원들로 이루어진 평가단과 인터넷 이용자들을 통한 설문조사를 통해 총 10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가려냈다.

재미있는 것은 약 50편이 넘는 본선 진출작 중 영예의 조지 루카스상을 수상한 작품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뮤직비디오’였다는 사실이다. <Christmas Tauntauns>라는 제목의 이 2분35초짜리 뮤직비디오는 <스타워즈> 장난감에 매료되어 있는 한 소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우주를 통째로 선물받고 싶다는 희망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내용.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 위에 자신만의 밀레니엄 팔콘을 가지고 싶다는 사실을 강하게 강조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마추어가 만들었다고 하기엔 너무 정교한 컴퓨터그래픽과 완벽한 립싱크가 특징. 그러나 무엇보다 가사에 따라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가 보는 이들의 어릴 적 꿈을 다시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는 점이 수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 대상인

조지 루카스상을 받은 <Christmas Tauntauns>

△ 관객상을

수상한 플래시애니메이션 <Star Wars Gangsta Rap>. 최고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Jar Jar’s Walking

Papers>

이 <Christmas Tauntauns>을 만든 맷 베그쇼라는 이름의 청년은 3천달러의 상금과 함께 루카스필름에서 제공하는 공식 트로피를 받았으며, SF전문 케이블 채널인 에서 지난 5월 초에 방영한 이 영화제의 특집 프로그램에 등장해 조지 루카스와 함께 자신의 작품을 논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 자리에서 조지 루카스는 <Christmas Tauntauns>의 흥겨움과 영화적 완성도는 물론이거니와, 어린 시절부터 <스타워즈> 속 우주에 빠져 지내왔던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공감을 살 수 있다는 면을 선정의 이유로 밝혔다.

한편 네티즌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관객상은 <Star Wars Gangsta Rap>이라는 플래시애니메이션에 돌아갔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스타워즈 에피소드5, 6>의 내용을 랩송으로 부르는 모습과 스톰 트루퍼들이 군무를 펼치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뒤로 넘어가게 할 정도로 웃겼다는 것이 관객상에 선정된 이유. 하지만 웃긴다는 면에서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Jar Jar’s Walking Papers>도 만만치 않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이 끝나고 자자 빙크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들끓자 조지 루카스가 한 음식점에서 자자 빙크스를 만나 그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한다는 내용의 이 애니메이션은, 만화로 그려진 자자 빙크스와 조지 루카스의 모습부터 웃음을 자아내더니 사실 자자 빙크스를 츄바카의 아버지로 설정했었다는 등의 황당한 대화가 오가면서 관객을 자지러지게 만든다. 물론 자자를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결말 부분은 자자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보는 이들이 아쉬울 수도, 통쾌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개봉을 기다리며 극장 앞에 진을 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과 팬들의 인터뷰를 담담하게 담아 다큐멘터리 부분상을 수상한 <Waiting for Jar Jar>, 영화 <파이트 클럽>을 패러디해 한 의문의 인물을 만난 이후로 <스타워즈> 장남감을 모으는 데 빠져드는 남자의 모습을 그려 스피릿 오브 팬덤(Spirit of Fandom)상을 수상한 <Figure Club>, 평소 <스타워즈> 마니아였던 두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시사회 초청장을 손에 넣었지만 시사회장으로 가는 길에 <스타트랙> 마니아인 친구를 만나 우여곡절을 겪는다는 내용으로 코미디상을 수상한 <Stargeeks> 등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가장 사랑받은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수상작들은 물론이거니와 본선에 진출했던 거의 모든 작품들이 ‘팬들이 만든 단편영화’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뛰어난 완성도를 보였다는 점. 이런 의미에서 시상식에 참석한 조지 루카스가 작품 한편한편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며, 참가자들이 모두 미래의 미국영화계에 커다란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이철민/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스타워즈> 팬 필름 어워즈 공식 홈페이지 : http://atomfilms.shockwave.com/af/spotlights/starw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