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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제인스 어딕션 내한공연
2002-07-23

피보다 진한 록의 침공

이들이 한국에 오다니, 늦은 감이 있으나 기대된다. 두 밴드 모두 미국 서부쪽, 특히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다. 그쪽의 문화적 분위기를 잘 머금고 있는 밴드들인데, 뭐냐면 한마디로 ‘잡탕’들이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상대적으로 훨씬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음악도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베이시스트 플리(Flea)의 뚜렷한 주관과 죽이는 베이스 플레이를 가운데다 놓고 있는 이 밴드의 음악은 ‘훵크’(funk)적인 요소와 ‘펑크’(punk)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특징지워진다. 호주에서 이민온 플리는 기본적으로 변두리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라면서 조지 클린턴의 팔리아먼트와 펑커델릭, 그리고 섹스 피스톨스와 클래시를 같이 들었다. 그게 섞이면서 레드 핫 특유의 혼합적인 그루브가 탄생한다. 이들이 90년대 초반에 발표한 <피, 설탕, 섹스, 마술> 앨범은 확실히 명반이다. 또한 오리지널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사실 그는 두 번째 기타리스트다. 진짜 오리지널인 힐랠 슬로박은 약먹다가 죽었다)가 약을 끊고 복귀한 1999년의 <캘리포니케이션> 역시 그들의 건재를 보여주었다. 내공이 있는 밴드라는 느낌이 이 앨범부터 정말 확실히 들더군.

그들과 종종 한 묶음으로 등장하곤 하는 제인스 어딕션 역시 음악적으로 잡탕이긴 하나 레드 핫과는 맥이 좀 다르다. 그들은 히피의 직계에 좀더 가깝다. 히피적인 사이키델리즘에 부두교를 연상케 하는 특유의 샤머니즘과 80년대 LA메탈에서 비롯한 강력함, 그리고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스케일을 가미하면 이들의 음악이 되는데, 가끔씩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처럼 훵키한 그루브를 가미한 곡들도 들려준다. 그냥 한마디로 이야기하라면, 잡탕이다. 그런데 대단한 잡탕이다. 이와 같은 잡탕은 이들 이전에는 없었다. 특히 밴드의 리더 페리 패럴은 그 유명한 ‘롤라팔루차’ 페스티벌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 90년대 얼터너티브신의 성립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기도 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벽두에 내놓은 두장의 앨범은 다시 들어봐도 기괴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어딘지 남미의 환상 소설을 미국식으로 적나라하게 꽈놓은 느낌이랄까.

이 두 밴드를 묶어, 크라잉 너트와 윤도현밴드까지 엮어 한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 2002년 7월26일 금요일 오후 6시, 잠실 보조경기장.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플리나 제인스 어딕션의 페리 패럴, 데이브 나바로 같은 사람들은 말로만 듣던 1990년대 록의 영웅들이다. 그들과 우리 밴드들이 한데 엮여 뛰는 모습이 월드컵 경기만큼이나 재미있기를!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