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 플라이, 귀여운 여동생 스텔라, 내성적이면서 유전자나 디엔에이(DNA) 공부를 즐기는 뚱보 사촌동생 척. 둘은 부모가 외출한 틈을 타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이상한 동굴 실험실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지구 온난화로 점점 해수면이 높아지자, 인간이 “물고기가 되어야만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 아래 대안을 연구하는 괴짜박사 매크릴의 실험실이다. 목마른 스텔라는 박사가 만든 물고기가 되는 약을 꿀꺽 한 입에 들어마시고 만다. 48시간 이내에 사람이 되는 약을 먹지 않으면 영원히 물고기로 남아야 한다는 박사의 말에, 스텔라를 따라 플라이, 척은 물고기가 되어 바닷속으로 떨어져버린 약을 찾으러 나선다. 하지만 약은 포악한 상어의 이빨청소를 맡으며 살아가던 조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다. 우연히 물고기가 되어버린 세 아이의 바닷속 모험극을 그린 덴마크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2000)는 어린이 눈높이의 따뜻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 어린이가 변한 물고기들도 원래 어린이의 성격을 그대로 살려냈다. 플라이는 개구쟁이 표정이 역력한 캘리포니아산 날치로, 스텔라는 꽃분홍 스커트를 입은 귀여운 불가사리로, 척은 부끄러운 표정의 뚱뚱한 해파리가 되어버린다. 심지어 ‘사람이 되는 약’을 마시고 지능을 얻게 돼 악당이 되어버리는 상어칫솔 조마저 위협적이라기보다는 귀엽게 보인다. 가다 힘들면 조개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탈 수 있는 고래버스나, 스텔라의 친구 해마 사샤 등은 아이들이 바닷속 세계를 친근하게 느끼며 즐길 수 있도록 한 깜찍한 발상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관객이라면 긴박감 넘치는 싸움도 없고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가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티격태격하던 사촌형제들이 모험의 과정에서 우애를 되찾는다는 것도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본 듯한 다소 진부한 내용이다. 그림의 완성도는 미국·일본의 대작 애니메이션들로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한편의 모험을 마무리하는 구성은 깔끔하고, 무엇보다 경쾌한 유럽의 팝음악들과 함께 펼쳐지는 깊은 바닷속 풍경은 마음을 둥실 뜨게 할 만하다. 국내에선 모두 한국말 더빙판만 개봉해 방학을 맞은 꼬마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 될 듯하다. 장나라(스텔라), 주호성(맥크릴) 등 인기연예인과 성우들의 더빙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기 때문이라는 수입사 쪽의 설명이다. 장나라씨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실린 주제곡 <헬프! 아임 어 피시(Help! I’m a fish)>를 직접 한국말로 부르기도 했다. 26일 개봉. 김영희 기자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