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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변종 애완동물로 입양됐다 <릴로 & 스티치>
2002-07-18

월트 디즈니가 올 여름 새로 만들어낸 캐릭터는 <릴로 & 스티치>의 두 주인공이다. 하와이 원주민 소녀인 릴로가 <포카혼타스>에서 <뮬란>으로 이어지는 이국적 캐릭터의 계보에 속한다면, 스티치는 당장 디즈니 안에서 족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변종이다. 은하계 투로행성의 괴짜 과학자 줌바는 불법 유전자 조작으로 실험 생명체 626을 만들어낸다. 626은 괴력과 슈퍼컴퓨터급 두뇌와 강력한 파괴본능이 내장된 일종의‘생물 병기’다. 우주연방 총사령관은 이 위험한 존재를 사막행성에 가두려 했으나, 626은 호송 도중 탈출해 지구의 작은 섬 하와이에 떨어진다. 사회복지사로부터 생활력을 의심받는 소녀가장인 언니 나니와 단 둘이 사는 어린 소녀 릴로는 돌고래와 엘비스 노래를 좋아하는 조금 엉뚱한 아이다. 626은 지구에 떨어진 뒤 기계적인 외모를 감추고 애완동물 입양소로 숨어들고, 릴로는 그곳에서 626을 발견해 ‘스티치’란 이름을 붙여주고 입양한다. 스티치가 너무 지나친 능력을 몸에 지니고 있어 버림받은 존재라면, 릴로는 가장 무능한 계층에 속해 하나뿐인 혈육과도 헤어질 위기에 처한 존재다. 엉뚱하다는 점에서 서로 통하는 릴로와 스티치를 서로 이어주고 위기에서 구해주는 건 하와이 원주민어로 ‘오하나’, 가족의 힘이다. 우주적 악동 스티치는 분명 디즈니 캐릭터의 진화사에서 돌연변이라 하기에 충분한 존재다. 그러나 너무 쉽게 ‘가족주의’에 길들여지는 건 ‘우주적 악동’답지 않다. 엘비스의 감미로운 음악과 시원스런 수채화풍 배경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이지만, 이국적이고 변종적인 이야기가 미국영화의 가장 든든한 보금자리인 ‘가족주의’의 품안에 고스란히 안겨든 건 일종의 태생적 한계로 보인다. 감독 크리스 샌더스&딘 데블로이스. 19일 개봉.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