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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옮겨 접근성 높이길
2002-07-08

텔레비전 경찰드라마가 사라진 것은 1990년 10월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다. 1971년 3월에 시작해서 20년 가까이 인기를 모았던 문화방송의 <수사반장>이나 한국방송의 <형사 25시>도 이때 막을 내렸다. 1990년대 중반 <경찰청 사람들>이나 <사건 25시> 등이 방송되었지만 경찰드라마로 보기 어렵고, 가 방송중이지만 추리의 재미를 주지 못한다.

40대 이상의 시청자는 <수사반장>이나 <형사 콜롬보>를 기억한다. 낡은 레인코드를 입고 범죄현장을 지휘하던 <수사반장>의 최불암이나 어눌하지만 논리적으로 상류사회의 이중성을 밝혀내는 <형사 콜롬보> 피터 포크의 뒷모습만 아련하게 추억할 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텔레비전에서 경찰드라마는 여전히 인기 장르지만, 우리 시청자는 경찰드라마의 재미를 완전히 잊어버린 듯하다. 따라서 오랜만에 접하는 문화방송 경찰드라마 는 새롭게 다가온다.

는 과거 <수사반장>이나 <형사 콜롬보>와 같은 인간적 매력을 지닌 경찰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최첨단 장비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논리적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과학수사대 반장을 맡은 윌리엄 피터슨(길 그리섬)의 차가운 연기는 돋보이나, <형사 콜롬보>의 피터 포크와 같은 은근한 매력을 지니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는 시청자와 수사대의 관점에서 하나의 수수께끼로 남는 과거의 사건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추리와 긴장의 재미를 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아쉬움은 드라마 자체에 있기보다 편성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토요일 오후 1시에서 평일 심야시간대로 편성시간대를 옮기는 것이 타당하다.

토요일 점심 시간대에 살인과 마약 등의 소재와 폭력적인 내용의 경찰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은 무리한 편성이다. 15살 이상 등급을 표시하고 있지만, 등급표시가 어떤 실효성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다.

의 방송시간을 옮겨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찰드라마를 좋아하는 성인 시청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 1시는 경찰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성인 시청자의 접근 가능성을 제약한다. 유일한 경찰드라마인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도 시청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는 드라마 장르의 폭은 매우 제한돼 있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룬 트랜디 드라마, 역사드라마 그리고 멜로드라마 이외에 볼 수 있는 드라마 장르는 거의 없다. 가 편성시간을 옮겨서 등급제의 실효과도 거두고 성인 시청자의 접근 가능성도 높이기를 기대한다.

주창윤/서울여대 교수·언론영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