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의 1997년생 혜자(정은지)에게 서울은 정말이지 차가운 도시다.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는 그에게 늘 찾아오는 것은 수화기 너머 고객들의 폭언과 주변 동료들의 따가운 눈초리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혜자에게 주변인들은 “네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식의 비난을 가할 뿐이다. 그럼에도 혜자는 서울에 터를 잡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급히 돈이 필요해진 혜자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고향 부산에 들른다. 하지만 일은 순탄치 않다. 엄마의 지인들에게 직접 돈을 수금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결국 혜자는 엄마와 친밀했던 이모 희숙(김주안)과 함께 부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과거의 인연, 현재의 갈등을 마주한다. 전작 <울산의 별>로 중년 여성 노동자의 삶을 그렸던 정기혁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청년세대의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삼았다. 이상한 차별의 풍토가 정상처럼 여겨지는 사회의 조감도가 부산의 풍경 위로 펼쳐진다. 다른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지역의 모습 곳곳이 극에 활력을 더한다. 앙상블을 이루는 정은지, 김주안 배우의 호연과 흔들림을 거부하지 않는 카메라 역시 영화의 생동감에 일조한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초청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