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충충>의 지숙은 극단적 마름을 추구하기 위해 매일 강박적으로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기록한다. 섭식장애를 앓으며 비틀린 목표를 위해 용기(주민형)를 이용하는 지숙을 누구는 불쾌하고 이기적인 애라 욕할 테고, 누군가는 결핍되고 불쌍한 애로 기억할 것이다. 친구 하나 없는 지숙에게 용기는 유일한 도피처임에도 이들은 서로의 구원자가 될 수 없다. 음식은 전혀 먹지 않는데도 묘하게 탐욕스럽고 안쓰럽기도 한 지숙은 사실 과잉된 캐릭터가 아니다. 누구나 지숙이 가진 일면이 있고, 지숙을 연기한 배우 백지혜도 자신의 내면에 그와 닮은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충충충> 상영이 끝나고 서울에 복귀해 자전거를 타고 공연 연습실로 가던 길, 백지혜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지혜야, 인생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쉽지 않겠지만 계속 이렇게 가야지.”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고 배우 백지혜의 삶이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해야 했다고. “<충충충> 출연이 결정됐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잠시 빛이 내게 와주었구나. 그만큼 간절했다. 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데 해일이 닥쳐와서 물세례를 세게 팍 맞는 느낌이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게 행복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지만 재학 중에는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학교에 가면 연기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럼 난 뭘 하지?’ 하다가 모델 일을 시작했다. 모델로 일할 때 다이어트를 했고, 그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서 지숙의 상태를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경계선 성격장애와 같은 지숙의 상태가 불안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했다고. “지숙은 생존하려는 욕망이 이기심으로 발현된 경우다. 사랑받고 싶고 버림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마음, 그런 마음이 나에게도 있다. 그래서 지숙을 빨리 버리고 싶은 마음과 영영 떠나보내기 힘들겠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지숙은 자신의 결핍과 아픔을 이용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인물이다. 캐릭터를 이해는 하지만 그것을 신체로 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숙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상대방에게 ‘너 이런 내가 불쌍하지?’라는 에너지를 계속 주는 것에 대해 제안하셨다. 그때 지숙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날것의 욕망에 기인한 인물이었던 지숙은 배우 백지혜를 만난 후 순수함이 더해졌다. “지숙은 마음 자체가 가난해서 작은 가능성에도 크게 반응한다. 지숙이 가진 게 처음부터 끝까지 못된 모습은 아닐 것 같았다. 지숙이 나를 만나면서 희망, 어떤 순진한 구석들이 더해졌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자신을 ‘그저 해맑았던 아이’로 기억하는 그에게 혼돈은 연기를 시작하고서 찾아왔다. “내가 뭔가를 포기할 수 없다면 그게 뭘까 했을 때 나에겐 연기였다. 연기를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고통스러웠다. 그때 상처들이 지숙을 연기하게 만든 것 같다. 아마 영화를 보면 지숙의 편이 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지숙의 편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영화에 대해 알려야 하는 이 바쁜 시간이 좋으면서도 ‘이 또한 지나가는 꿈에 불과하다’며 마음을 다스리려 한다는 배우 백지혜는 아마도 충동적인 지숙과는 전혀 다른 인물일 것이다. 자신에 대해 말할 때보다 연기한 인물을 소개할 때 더 확신을 가지게 되는 이 배우가 어서 다음의 두터운 캐릭터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FILMOGRAPHY
영화
2025 <충충충>
2023 <웅남이>
2022 <우스운게 딱! 좋아!> <시나브로>
2021 <숏버스 섬뜩행>
2018 <그랑주떼>
드라마
2026 <참교육> <아너 : 그녀들의 법정>
2024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
2023 <레이스> <이두나!>
2022 <신입사원>
2021 <그림자 미녀>(웹드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