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어떻게 될까’는 늘 미지의 영역으로 창작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다. <짝사랑 세계>는 이 질문에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응답한다. 영화 속 사후 세계는 현실과 겹쳐 있으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생활감이 가득한 집이 현실의 시선으로 보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처럼 보일 뿐이다. 어린 시절 죽음을 맞은 뒤 이곳으로 넘어온 미사키(히로세 스즈), 유카(스기사키 하나), 사쿠라(기요하라 가야)는 함께 살아가며 나이를 먹고, 학교와 직장에 다닌다. 단란한 삶에 적응해가던 이들에게 큰 사건이 생긴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알게 되고, 자신들을 살해한 아동 합창 클럽 살인사건의 가해자(이지마 구)가 출소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짝사랑 세계>는 도이 노부히로 감독,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 등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제작진이 다시 한번 협업한 작품이다. 일본에서 주목받는 20대 여성 배우인 히로세 스즈, 스기사키 하나, 기요하라 가야가 각자의 가장 빛나고 어두운 얼굴을 보여주며 풍성함을 더했다. 아기자기하게 시작하는 <짝사랑 세계>는 현실과 밀착하며 장대해진다. 초반에는 유령 소녀들의 동거 이야기처럼 출발한다. 20살이 된 것을 함께 기뻐하고, 사소한 일로 다투며, 같은 버스에 타는 남자(요코하마 류세이)를 좋아하는 짝사랑의 설렘을 공유한다. 유령에게도 일상이 존재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는 각본가의 말처럼 이 세계는 의외로 철저하게 평범하다. 세상을 떠난 소중한 이들이 여전히 똑같이 느끼고 경험하길 바라는 염원이 구축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해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중반 이후 분위기는 반전된다. 사쿠라는 왜 자신들이 죽어야 했는지 묻기 위해 가해자를 추적하고, 가해자의 출소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간 유카의 엄마가 위험에 처하자 소녀들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 대목은 단순한 서사적 전환을 넘어 현실과 밀착한다. 유가족의 사라지지 않는 슬픔, 피해자의 고통,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법의 균형을 함축한 장면들은 동시대의 문제를 직시하며 사카모토 유지의 예리한 각본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구간이다.
후반부는 예술의 역할로 시선을 옮긴다. 합창단에서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안고 살아온 인물이 서사의 중심에 선다, 영화는 자책하며 문드러진 이들의 내면을 예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위무한다. 마지막 합창 클라이맥스는 필연적으로 슬픔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예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익숙한 결론일지라도, 떠나간 사람이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노래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CLOSE-UP
초반에 미사키와 사쿠라가 피아노 무대 위로 올라와 소란을 피우지만 누구도 반응하지 않는 장면이 있다. 그동안 의심만 해오던, 주인공들이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걸 스크린 밖 관객이 확실히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공연장 내 관객들의 무반응 연기가 탁월할 수 있었던 건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섬세한 디렉션 덕분이다. 엑스트라 배우들에게 발각의 순간이 지닌 의미가 전달될 때까지 공들여 설명했다고 한다.
CHECK THIS MOVIE
히어로영화가 같이 보면 좋을 영화로 선택된 것이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 있으나 <로건>은 분명 <짝사랑 세계>와 맞닿아 있다. 노쇠한 히어로 로건(휴 잭맨)은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 한다. 죽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소중한 존재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두 영화의 제작진과 관객 모두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