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만스>로 유년기를 회고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오랜 관심사인 외계인 이야기로 복귀했다. 그 중심에는 두 남녀가 있다. 우선 다니엘 켈너(조시 오코너)는 쫓기고 있다. 그를 따라붙는 건 다름 아닌 그의 직장 워덱스. 미국의 군산복합체 내 비밀조직인 워덱스는 사이버 범죄로 교도소에 복역했던 다니엘을 채용해 자료 보안을 맡겼으나, 그가 수십년치 기밀을 빼돌리려고 하자 수장 노아(콜린 퍼스)가 앞장서 추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니엘은 당당하다. 그는 자신이 훔친 데이터가 전 인류에 공개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그의 곁에는 같은 신념으로 워덱스를 뛰쳐나온 휴고(콜먼 도밍고)가 있다. 그들은 일터가 숨겨온 진실, 그러니까 외계인과 워덱스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려 한다.
마거릿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에게도 불만이 있다. 여러 지역 방송국을 전전해온 그는 뉴스 앵커를 꿈꾸지만 기상캐스터 자리에 머무는 중이다. 또 한번 이직을 타진하려는 그를 애인이 만류하자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마거릿의 입에서 불쑥 러시아어가 쏟아져나온 것이다. 출근 후에도 상황은 반복된다. 북한 전문가에게는 한국어로 말을 걸더니 날씨 예보 중에는 어느 나라 말인지도 알 수 없는 괴성을 뚝뚝 끊어 뱉는다. 결국 뇌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향한 마거릿은 그곳에 자신을 노리는 이들이 있음을 직감하고,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병실을 탈출한다. 그 뒤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 순식간에 서로를 인지한 다니엘과 마거릿은 이 연결고리를 붙잡고 ‘폭로의 날’까지 질주한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위의 두 주인공을 교차해 서사를 쌓는다. 다니엘이 외계인의 존재와 그들의 지구 방문을 증명할 객관적인 증거를 운반한다면, 마거릿은 주관적인 체험의 영역에서 외계인의 출현을 대변한다. 또한 다니엘에게는 사료가, 마거릿에게는 매체가 있다. 효과적인 폭로는 둘이 함께할 때 가능해진다. 이러한 인물 구도에서 드러나듯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인을 둘러싼 각종 설정에 몰두하기보다는 미지의 존재와 마주한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를 되묻는 것에 열중한다. 외계인과 무관하게 세계 3차대전이 임박한 극 중 배경을 고려했을 때, 스필버그가 던지는 공감과 포용의 메시지는 시의적절한 화두가 아닐 수 없으나 미스터리에 관한 기대를 최대치로 증폭시킨 끝에 도달한 결론으로는 아쉬울 법하다.
외계인에 관련한 여러 디테일도 과거 다른 영화나 각종 음모론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독특한 육각형의 기기가 인물들간의 소통을 돕지만, 데우스엑스마키나에 가깝게 작동하는 장치가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어렵다. 두 주인공이 동행하기까지의 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고, 마지막까지 해소되지 않는 여백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허투루 찍은 장면이 없다는 감동이 크다. 화려한 기차 충돌 신은 물론 스필버그의 ‘팬심’이라 해도 좋을, 미지의 존재를 향한 경애가 투영된 순간들이 특히 흥미롭다. 그 밀도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허무 또는 감탄으로 나뉠 반응이 예상된다.
CLOSE-UP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존 윌리엄스 음악감독이 서른 번째로합을 맞춘 영화다. 이번에도 존 윌리엄스는 <미지와의 조우> <E.T.> <우주전쟁> 등에서와 같이 절제된, 그러나 점진적으로 웅장해지는 사운드로 낯선 존재를 향한공포와 경이를 극대화한다. 결정적 장면마다 흐르는 그의 스코어에 귀 기울이며 이야기로 몰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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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 감독 브라이언 더필드, 2023
디즈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 SF 스릴러는 <디스클로저 데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외계인의 선의를 해석한다. 주인공은 브린(케이틀린 디버).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인해 이웃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온 그는 집 안에 들이닥친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다 뜻밖의 해방을 맞이한다. 프로덕션 규모는 작지만 박진감과 상상력만큼은 <디스클로저 데이> 못지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