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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도, 작은 영화를 지키고 싶습니다 - 독립영화워크숍 낭희섭 선생과 수료자 고재민씨 인터뷰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26-04-30

낭희섭, 고재민(왼쪽부터).

- 1980년대 운동의 언어로 탄생한 선생의 워크숍이 탈운동화의 시대에는 어떤 기능과 정신으로 지속되고 있을까 궁금했다. 우선 가장 최신 기수의 수료자인 고재민씨가 독립영화워크숍을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하다.

고재민 SNS나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같이 영화 만들어봐요” 하는 모임 광고도 나오긴 하는데 현실적으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은 1인 크리에이터 시대라서 혼자서도 다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모여야 하는 이유를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학교, 현장, 공모전 등 최소한의 제도적 접점이 있는 상태라면 또 모르겠지만 나는 전역 후 막막하게 영화학교 밖에서 영화 만들기를 배울 곳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이런 기회와 배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워크숍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적어서 낭희섭 선생이 운영하는 독립영화워크숍의 네이버 카페를 발견했을 때 그곳에 있는 장문의 글들을 모두 다 읽었을 정도로 귀중했다.

낭희섭 이제는 워크숍이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과 인프라가 중요하다. 이것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존속할 수 있다. 다만 지금 세대가 입시, 취업 경쟁을 거치다보니 감정적으로 소진돼 있고 공정에 굉장히 예민하다. 과거보다 ‘협업’이 더 어려워진 이유다. 그리고 워크숍은 본질적으로 과정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필요하다. 당장 영화계 현장만 보더라도 국내에만 영화제가 너무 많아서 춘추전국시대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결과만 보고 경쟁하기 바쁘다. 독립영화워크숍의 전신인 작은영화워크숍, 그 이전에 인적, 정신적 토대라 할 수 있는 토요단편 등의 정신은 영화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함께하는 집단이었다. 상영 후에 서로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영화에서 배웠다. 이런 인적 교류가 지금은 단절돼 있다.

- 낭희섭 선생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공동 작업이다. 복수의 감독을 선발해 한편을 함께 연출하게 하는 식이다. 이 방식을 왜 고수하나.

낭희섭 기자 앞에서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영화 저널리즘, 영화제 등 모두가 감독 중심이다. 영화학교조차도! 나는 학교 다니는 애들에게나 청소년 대상 교육에 나갈 때 선후배 품앗이에 빠져들지 말라고 한다. 군대식으로 후배들이 기강 잡혀 선배들 영화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형태로 돌아가는 수직적인 구조 밖으로 나오라고 말이다. 차라리 또래 동료를 찾으라고 한다. 감독이나 상급자의 권위로 돌아가는 과정을 자생적 워크숍에서 구태여 반복할 필요가 없다. 빨리 자기 작업을 하고 싶어서 감정적으로 소진된 친구들에게 말한다. 여기서 큰 거 얻어갈 생각하지 말고 소통만이라도 하라고. 그게 되면 영화를 만들 적성이 있는 거다. 물고기를 빨리 갖고 나가려 하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고 나가자는 거다.

고재민 내가 생각한 영화는 감독 개인이 자신의 창작력을 극대화해 투영하는 예술이었다. 그런 점에서 공동 작업은 이상과 현실이 무척 다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포기도 하고, 또 도움을 받기도 해야 한다. 기를 못 펴면 자신의 의견이 완전히 눌리는데 이걸 못 견뎌 중간에 나가버리는 분들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았던 건 이런 시간을 거쳐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힌다는 점이었다. 영화 만들기뿐만 아니라 사실 삶에서 필요한 협업의 태도를 익히는 시간이었다.

- 워크숍 수료자들의 이후 행보는 어떤가. 워크숍에 영화학교 입학이나 현장 진출을 위한 통로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과 자생적인 독립영화 제작과 미학적 훈련을 기대하는 이들로 나뉠 것 같다.

고재민 일단 나는 워크숍이 끝나고 독립영화워크숍 41주년 행사 준비를 하게 됐는데 다음달부터는 짧은 단편이라도 찍거나 현장 경험을 쌓아볼 생각이다. 워크숍이 끝나도 함께 공부한 이번 기수 6명이 모여서 계속해서 협업을 해도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공동 작업의 장점만큼 피로와 회의감이 있다 보니 흩어지게 됐다. 어쩌면 워크숍에 참가한 이유가 내가 영화 만들기를 정말 하고 싶어 하는지, 계속해도 될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얻기 위함이었는데 아직 그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낭희섭 그만두라니까! (웃음) 솔직히 얘기하면 워크숍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80%는 포기시킨다는 마음으로 대한다.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는데 생활적으로 자기 여건이 너무 안된다고 치자, 그걸 돌파해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나는 워크숍 조교로서 너무 힘들 만한 사람에게는 그냥 그만두라고 한다. 하지만 이걸 자기 혼자 뚫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해낸 사람이 류승완 감독이다. 영화는 정말 정글이다. 영화를 하려면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일단 열정적이어야 한다. 그다음 재능이 있어야 한다. 그 두 가지가 있으면 세 번째로 운이 온다. 가장 중요한 게 열정인데 그건 결국 성실성밖에 없다. 워크숍 단계에서 재능은 필요 없다. 13주 안에 재능이 어떻게 드러나겠나. 다른 삶의 경험을 하고, 남과 작업을 하고, 거기에 대해 일지를 쓰고 자기를 돌아보는 것. 워크숍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건 그런 것이다. 그러다가 함께 갈 수 있는 동료 딱 한 사람이라도 얻어서 나간다면 좋고.

- 40년 이상 자생적인 영화교육 현장을 운영한 이의 시선에서 제도권 영화교육 전반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갖고 있나.

낭희섭 내 코가 석자인데 남 이야기하기 뭐하지만 나는 인프라 좋은 영화과들이 가진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본다. 영화과 단편들 보면 처음엔 영화 잘 만든다. 기술이 있으니까.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데 나는 요즘 영화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삶의 경험이나 인문학에 대한 공부는 없고 무조건 학기마다 영화를 찍어대기만 한다. 그리고 시사회하면 그걸로 끝이다. 학생들이 자기 돈 내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사후적인 평가조차 제대로 안 해주는 것 같다.

-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교육 지원은 어떻게 보나.

낭희섭 유감스럽다. 독립영화워크숍을 거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거나 데뷔해서 활약하는 감독들이 많다. 지금까지 공적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남아 이 정도의 인력들이 나온 거다. 결과를 위해 달린 게 아니라 과정을 보면서 걸어왔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했다. 물론 민간 워크숍이 공적 교육 기관만큼 지원을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봐달라는 거다. 공간과 기자재, 혹은 후반작업 정도의 지원만 있어도 여러 민간 워크숍이 활성화되어 사람들이 모이게 할 수 있다. 과거에 한 기수에 많게는 40명이 모일 때는 대한극장 별관을 쓴 적도 있다. 영진위에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공간 하나 내주고 월세만 내게 해달라고. 그 이상의 물적 지원은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사람이 모이는 거다. 비공개 상영이라도 같이하고, 교류하게 해줘야 한다. 지금은 서로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것 같다. 쟤가 잘되면 내가 더 잘될 수 있다는 감각. 그게 필요한데, 지금은 다들 혼자다.

-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4월28일에 곧 새 기수인 228기 오리엔테이션이 있다. 지원자들이 꽤 있나.

낭희섭 아쉽게도 많지 않다. 광고 예산이 없으니 이렇다 할 유료 홍보가 어려운 탓도 있다.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마저도 요즘은 줄었다. 41주년 행사에도 사람이 별로 없고. 그럼에도 1년에 최소 1기는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도 공적 지원을 못 받는다고 해도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초에 출발 자체가 그랬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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