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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 어덜트(YA) 호러’ 속 새 얼굴들 - <기리고> 배우 전소영, 강미나, 현우석, 이효제
이유채 사진 최성열 2026-04-30

- 작품을 보는 내내 여러분의 안부가 걱정됐다. <기리고>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동안 악몽을 꾸진 않았나.

강미나 한번도 없었다. 확 몰입했다가도 잘 빠져나오는 편이어서 그랬나.

현우석 나도 없다. 촬영 끝나고 돌아오면 기절하듯 잤다. 눈 떠보면 아침이었다.

이효제 나는 매일 밤 혈당스파이크를 직격탄으로 맞아서 꿈꿀 새가 없었다. (좌중 폭소) 형욱이의 캐릭터성에 맞게 살을 찌우느라 두세달을 정말 많이 먹고 잤다.

전소영 나만 있었구나. 세아가 위험해지는 신들을 찍기 전에 저승사자가 나오는 꿈을 꾸곤 했다. 꿈마다 다 다른 얼굴이었고. 꺼림칙해서 할머니와 작품에 도움을 주신 무당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더니 촬영 조심하라는 똑같은 답변을 들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 배우에게 공포라고 하면 오디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평소 오디션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배우가 대화를 열어주면 좋겠다.

현우석 내가 그런 편이다. 이번엔 손까지 덜덜 떨면서 오디션장에 들어갔다. 너무 간절해서 긴장이 배로 됐다. 이날 감독님에게 “저는 하준이가 정말 하고 싶어요”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릴 만큼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하준이밖에 안 보였다. 합격 소식을 듣고 도파민이 확 돌아 며칠간 잠도 못 잤다. 거실에다 대본을 펼쳐놓기도 하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이효제 비슷하게 나도 합격 소식을 듣고서는 ‘이건 꿈인 게 확실해’ 하는, 부정의 단계를 거쳤다. 한동안 합격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현실감이 생기면서 제대로 기뻐할 수 있었다.

전소영 1차는 하도 떨어서 지금도 어떻게 봤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2차까지 끝나고 한달쯤 뒤에 세아로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고서는 울었다. 아역이 아닌, 한 극을 온전히 책임지는 큰 역할을 내가 맡다니! 정말 될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2차 때 했던 답변들이 지극히 세아스러웠다고 하더라.

강미나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마주 앉아 대본을 읽다가 종이에 손을 베였는데 피가 많이 났다. 그렇게 깊게 베인 적이 처음이었다. 나와서 대본을 다시 보는데 거기에도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 ‘뭐지? 무섭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리고>와의 인연은 그렇게 피로 시작했다. (웃음)

전소영

- 공포물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비극은 누군가를 깊이 아끼는 마음에서, 믿었던 대상에게서 받은 배신의 상처에서 비롯되곤 한다. <기리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각자 맡은 캐릭터의 슬픔을 어떻게 들여다봤는지 궁금하다.

전소영 세아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아가 어릴 적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을 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리고>를 준비하는 동안 부모님과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경험하지 못한 슬픔에 다가가기 위해선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단절 기간에 강하게 느낀 건 세아의 외로움이었다. 왜 이런 고통이 내게 찾아왔을까, 왜 부모님은 나만 두고 간 걸까 하는 분노의 시기도 세아는 거쳤을 것이다. 부모님과의 관계를 정리하다 보니 왜 세아가 친구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다시는 소중한 사람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인물의 핵심이라고 파악하고 준비해나갔다.

이효제 형욱은 집안에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직접적인 압박을 계속 받고 있다는 얘기를 감독님과 했었다. 수학 만점을 소원으로 빌 정도로 학업 스트레스가 큰 인물이다. 그 상태에서 친구 관계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더해졌을 때, 사람이 얼마나 한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강미나 대본에서는 나리의 애정결핍이 두드러지게 읽혔다. 외국에 있는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다시피 하면서 나리에게 외로움은 일상이 됐다. 누군가는 나리를 이기적이라고 미워할 수 있겠지만 연기한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이해됐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자신만 생각하는 시기가 누구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 시기를 거치며 크게 발전하기도 하니까.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된 지금은 나리를 돌아보면 슬프다. 눈물이 날 것 같다. 간절히 사랑받고 싶은데 친구들은 세아만 좋아하고. 그러니까 괜히 형욱에게 짜증만 내고!

현우석 하준에게 슬픔은 누나 햇살(전소니)이다. 사이 좋던 누나가 무당이 되면서 집을 떠나고 관계도 어쩔 수 없이 멀어진 상태니까. 그만큼 남매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혼자 된 하준의 지금 심정은 어떨지. 저주를 풀기 위해 누나를 만나러 갔을 때 감정적 거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효제

- 본격적인 공포가 시작되는 한 시퀀스만 짚고 가보자. 1화 후반에 형욱이 기리고 앱의 저주에 걸리면서 교실이 난장판이 된다. 세아는 달려드는 형욱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이효제, 전소영 배우는 시리즈의 실질적인 스타트를 끊는 역할을 맡아 부담이 컸겠다.

이효제 부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좌중 폭소) 작가님이 농담처럼 그 부분을 잘 살려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했고. 다행히 촬영 당일에는 긴장이 풀렸다. 각자 자기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는데 든든하면서 자신감이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테이크도 많이 가지 않았다.

전소영 나도 촬영 전까지 부담이 상당했다. 그런데 슛 들어간 뒤 보여주는 효제 배우의 에너지가 엄청난 거다. 그 에너지에 반응하면서 상황에 적응해나갔다. 초반에 감정이 덜 올라왔을 때도 효제 배우가 기다려주고 끌어준 덕분에 마지막의 오열 연기까지 해낼 수 있었다. 리얼한 현장 분위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CG 대신 몇 시간을 공들여 특수분장한 배우들이 눈앞에서 움직이다 보니 몰입하기가 좋았다.

- 직업 자체에서 오는 공포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일해야만 하고 대중에게 노출되는 만큼 실수하면 안된다는 압박과 늘 함께해야 한다.

강미나 얼마 전 다른 작품 촬영 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버스트숏을 찍는데 내가 떨고 있었다. 지금보다 어렸던 신인 시절엔 현장이 어렵고 카메라 앞이 익숙지 않으니까 긴장하는 게 당연하다고 자신을 다독였는데, 여전히 그런 걸 보니 이런 감정은 사라지지 않겠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안고 가는 수밖에 없겠지.

현우석 그 감정이 뭔지 잘 안다. 심지어 촬영 전날에 불안하고 무서워서 잠들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고민을 선배들에게 털어놓으면 늘 “나도 여전히 그래”라는 답변이 돌아오는데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안정이 된다.

이효제 극도로 떨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과도기에 있다. 다 <기리고> 덕분이다. 특히 촬영감독님이 해주신 말이 의지가 됐다. “모든 스태프는 너에게 악감정이 없어. 다 효제 너를 도와주고 싶어 하니까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돼.” 다시 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거나 몸이 굳을 때면 이 말을 떠올린다.

전소영 내게도 <기리고>가 효제 선배와 같은 의미에서 터닝 포인트 같은 작품이다. 그동안은 모두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을 자각하면 두렵고, 내가 못하면 모두가 다시 가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촬영 초반에는 ‘나만 못하네. 나를 뽑은 걸 후회하실 거야’ 하는 잡생각이 떨쳐지지 않아 괴로웠다. 감독님이 이런 내 상태를 어떻게 아시고는 어느 날 나를 따로 불러 말씀하셨다. “나는 너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소영이 너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고 나랑 끝까지 가보자.” 구세주는 감독님뿐만이 아니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미나, 우석, 효제, 선호 선배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아, 울 것 같은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정말 소중하다.

현우석

- 다행인 건 고통이 있다면 즐거움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어떤 순간에 배우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나.

현우석 연기하다 보면 완벽하게 몰입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때는 주위가 보이지 않고 대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 순간이 참 신기하고 재밌다. 내 모습이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는 것도 좋다. 작품을 보면 ‘몇살 때 나는 저렇게 앳됐구나, 저때는 저런 머리를 했구나’를 알 수 있다는 점이, 한창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 한 팬에게 ‘현우석을 사랑하는 이유 100가지’를 담은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나 사랑받을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나’ 하고 놀랐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동료들의 장점을 먼저 찾는 긍정적인 변화도 생겼다.

전소영 나도 언젠가 팬레터를 받을 날이 올까? 많이 받을 준비는 돼 있다. (웃음) 아직 우석 선배만큼의 몰입을 느끼진 못했지만 촬영 후반으로 갈수록 현장에서 “소영이 방금 정말 세아 같았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돌이켜보니 나는 빠지고 세아로서만 생각하고 움직인 순간들이 뒤늦게 떠올라 신기하기도 했다. 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얼마 전에는 효제 선배의 연극을 다 함께 보러 갔는데 촬영이 끝난 뒤에도 따로 만나 수다 떠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지금 이렇게 둘러앉아 공통의 기억을 나누는 순간도.

강미나 내가 배우 생활을 정말 좋아한다고 깨닫는 순간이 바로 이런 인터뷰 자리다. 작품과 역할에 대한 애정을 담아 이야기하고 집에 돌아갈 때면 마음이 꽉 찬 기분이 든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본 분들에게 “잘 봤어요”라는 후기를 들을 때도 큰 뿌듯함을 느낀다.

이효제 무대에 서 있거나 촬영 한가운데에 있을 때, 또렷한 정서가 내 몸 밖으로 뻗어간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정서를 받은 상대 배우가 더 큰 에너지로 되돌려주고, 이런 식의 상호작용이 이어질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 순간이 너무 귀하고, 그 감각을 또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한다.

강미나

- 공포에 찬 여러분의 얼굴은 이번 작품으로 충분히 보았다. (웃음) 차기작에선 밝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현우석 마동석 선배님이 제작한 영화 <단골식당>에서 양아치 역할로 나온다. 중요한 건 불량한 외관과는 다르게 ‘착한’ 양아치라는 거다. 웃으면서 찍은 만큼 재밌게 나올 것 같다.

전소영 나를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작품은 5월에 공개되는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다. 캐릭터 이름은 정민아. 무려 주인공인 강성재 취사병(박지훈)의 첫사랑 역할이다!

강미나 나는 하반기에 작품이 있다. <내일도 출근!>이라는 시리즈다. 지난해에는 <트웰브>로 첫 액션을, 올해 상반기엔 <기리고>로 첫 호러를 했고, <내일도 출근!>으로는 첫 오피스물에 도전한다. 전자회사 상품기획팀 소속의 아주 유능한 인재다.

이효제 내가 제일 빠르다. 5월8일에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 사회를 맡았다. 여유 있는 진행자가 되기 위해 맹연습 중이니 전주에 오시면 반갑게 인사 나누면 좋겠다.

<기리고> 친구들의 공포지수는? (최대 100)

강미나 = 99.

워낙 겁이 많아 호러물은 손도 안 대는데 작품을 준비하면서 OTT에 올라온 거의 모든 호러물을 챙겨 봤다.

전소영 = 100!

<애나벨> <곤지암> 같은 영화들을 보고 나면 거실에서 엄마와 같이 자야 할 것 같았다. 너무 무섭지만 인물들의 놀라는 모습을 연구하기 위해 꾹 참았다.

현우석 = 0~10 사이.

무서운 건 배우로서 망가지는 것뿐이다. (웃음)

이효제 = 한 5 정도?

실체가 없는 건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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