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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오모리 겐쇼 감독 -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오모리 겐쇼 감독
조현나 2026-04-02

“12월4일, 간에 3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내 인생은 끝났다.” 예견된 죽음 앞에서 방황하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남은 시간 동안 매일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갈수록 글은 짧아지고 종국엔 건강 기록만 남긴 채,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끝으로 자신의 음악을 연주했다. 보도국·사회프로그램 디렉터인 오모리 겐쇼 감독은 TV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라스트 데이즈>로 국제 에미상 예술 프로그램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93년생의 이 젊은 감독이 곧이어 작업한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에선 사카모토와 가족이 남긴 일기, 영상, 사진을 기반으로 그의 사망 전 3년6개월을 재구성한다. 과거를 어떻게 회고할 것인가, 남은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채워나갈 것인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내밀한 고백이 그의 삶 깊숙이 관객을 끌어당긴다.

- <류이치 사카모토: 라스트 데이즈> 이후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를 연출했다. 두 작품에 어떤 차이를 두려고 했나.

<류이치 사카모토: 라스트 데이즈>는 NHK 방송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류이치 사카모토: 라스트 데이즈>를 완성한 이후로도 사카모토씨에 관한 무수한 영상과 자료들이 남아 있었고 이들을 바탕으로 TV 방송이 아닌 영화로 제작해보자는 목표로 작업을 시작했다. 극장이 일반적인 TV 시청 환경보다 훨씬 더 몰입도가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때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사카모토씨의 음악 세계에 집중하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무엇을 느꼈는지 감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 한 사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연속해 제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다. 감독에게 류이치 사카모토는 어떤 사람이었나. 그만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던가.

사실 사카모토씨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유가족들로부터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영상을 받았을 무렵에 29살이었고, 지금은 32살이다. 사카모토씨와 세대가 다르기도 하고, 영화를 만들기 전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카모토씨에 관해 갖고 있는 인상과 내 것이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분의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면서 나와 무척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가까우면서도 먼 듯한,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드는 분이다.

- 그에 관한 자료들, 특히 일기를 받아 들었을 땐 어떤 기분이 들던가.

처음 자료들을 접했을 땐 어떻게든 잘 보존해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본 사카모토씨는 뭔가를 만들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타고난 창작자였다. 자칫하면 그가 남긴 결과물들이 소리 없이 사라질 테니 잘 보존해 후대에 남겨주고 싶었다. 사카모토씨가 사망한 지 3주 정도 지난 뒤 유족들이 그의 일기를 보여주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매일 일기를 썼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무척 놀랐다. 숨이 가빠올 지경이었다. 일기 외에도 사카모토씨가 휴대폰에 남긴 메모, 사진 등 분산된 기록들을 전부 모아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즈음에 들었다.

- 일기와 매치되는 영상을 골라 배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게 느껴졌다.

정말 힘들었다. 글과 영상을 매칭하는 작업에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사카모토씨에 관한 비디오, 영상, 자료들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연표를 만드는 것이었다. 엑셀로 몇천 열이 될 정도로 자료가 방대했다. 그다음으로 시기가 일치하는 글과 영상을 조합했는데 글이 아무리 좋아도 같은 시간대의 영상이 없거나, 영상은 훌륭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일기가 없는 때가 안타깝게도 잦았다. 선택지가 퍽 한정됐던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기와 영상 자료가 다 있는 경우를 중점적으로 활용한 최종 결과물이 현재 버전의 영화다.

- 영화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피아노를 야외 정원으로 꺼낸 뒤 그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 뒤로 피아노가 점점 낡아가는 과정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을 주의 깊게 봐주어 감사하다. 피아노를 자연으로 되돌리겠다는 프로젝트를 떠올릴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카모토씨 정도 되니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다. 그에겐 피아노가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영화에서도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악기가 피아노”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피아노를 영화의 주요 라인으로 잡았고, 지루하거나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아노의 형태가 변하는 모습을 중간중간 배치했다.

- ‘비’라는 소재 역시 주요 소재로 활용했다.

아까 말한 연표엔 사카모토씨가 일기를 쓸 당시의 날씨, 가령 그 시간대의 태양의 위치와 달의 모양까지 세세하게 조사해 기록했다. 사카모토씨가 사망한 날의 날씨를 확인해보니 비가 왔더라. 그는 자신이 “비로부터 구원받았다”고 말했다. 입원해 있을 때 음악은 밀도가 높아 듣기 쉽지 않았지만 빗소리는 괜찮았다고, 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비가 그가 생을 마감한 날 내렸다는 사실이 내겐 꽤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부터 비를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았다.

- 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어느 정도로 어디까지 보여줄지 고민이 컸겠다.

그렇다. 사카모토씨의 사적인 영상을 어디까지 세상에 내보일지 마지막까지 고민했고, 유가족들과도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특히 타계하기 직전의 영상들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그 장면엔 말로 하지 않아도, 오히려 말을 넘어서서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그 순간이 사카모토씨의 전부라고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유가족들과 상의 끝에 그 신을 넣었다.

- 영화엔 류이치 사카모토의 미공개 연주, 그가 스모 경기를 관람하거나 재밌는 춤을 추는 일상이 전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영화 속 장면이 있다면.

(춤추는 손짓을 하며) 나도 사카모토씨가 춤추는 신을 정말 좋아한다. 삶이 너무 괴롭고 힘들 때 웃음이 버텨낼 힘을 주지 않나. 그래서 사카모토씨의 유머러스한 일상의 순간들을 일부러 길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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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영화사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