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출신의 마일스 루켈은 로테르담에 적을 두고 활동 중인 예술가다. 그가 로테르담에서 처음 공개한 장편 데뷔작 <무브먼트 송>은 멀티미디어 퍼포먼스와 스토리 창작, 안무 작업 등 전방위적인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그의 행보와 꼭 닮은 ‘문학적’(Fictional) 다큐멘터리다. 이때 ‘문학적’은 두 갈래로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무브먼트 송>은 “시는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필수 요건이다”라는 시인 오드리 로드의 인용구로 영화의 문을 연다. 이 격언은 문학을 향한 감독의 예찬인 동시에 <무브먼 트 송>의 텍스트를 요약하는 선언이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급진 이론의 학파, 혹은 정치·윤리적 토대 위에서 쓰인” 수많은 작가들의 문장과 시구를 일인칭시점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으로 재구성해낸다. 그리고 <무브먼트 송>은 문학이 견지하는 허구성을 다큐멘터리의 문법 안으로 편입해버린다. 루켈은 2022년 큰 실연을 겪고 상심한 채 남부 프랑스에 가 제임스 볼드윈의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제임스 볼드윈의 동생, 데이비드 볼드윈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질 허친슨을 만난다. 허친슨이 관리 중인 제임스 볼드윈의 문학적 유산은 그에게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선물했다. “벨 훅스가 저서 <경계를 넘는 교육>에서 ‘학문 이론이 나를 치유했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랬다. 상실이 유발하는 고통, 직관, 그리고 슬픔을 따라가다 보니 제임스 볼드윈의 아카이브에 닿았다. 그가 남긴 유산은 나의 육체와 삶 사이의 새로운 끈을 이었다. 아카이빙이 생을 향한 ‘에로틱’을 충동했다.” 그렇게 루켈은 문학적 유산, 대가들의 아카이빙이 “죽은 텍스트가 아닌 맥동하는 생명체로서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자문하며 <무브먼트 송>을 만들었다.
마일스 루켈의 위 체험은 영화 속에서 여성 예술가 빅토리아 매킨지에 의해 그대로 재연된다. 이 설정만으로 이미 한겹의 픽션을 입은 영화는 한발짝 더 나아가 매킨지에게 가상의 인물 노아를 연기하도록 한다. 노아는 매킨지의 직업 및 사생활을 꼭 닮은 캐릭터고, 매킨지는 루켈이 겪은 시간을 체화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이중, 삼중으로 흐려진다. 하지만 루켈은 <무브먼트 송>을 픽션이 아닌 다큐멘터리로 정의한다. 일례로 영화 후반 질 허친슨은 본인으로 등장(혹은 본인을 연기)한다. 노아가 질 허친슨과 상실에 관해 나누는 대화는 실제의 허친슨, 매킨지 그리고 루켈이 각자 겪은 이별의 경험 위에서 재구성됐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다. 나의 다큐멘터리를 노아의 삶으로 통합하고, 반대로 노아의 삶을 허친슨과의 실제 대화로 녹여내며 카메라 안팎의 여러 차원을 하나의 우주로 융합했다. 삶과 영화의 중첩이 누군가에겐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제3물결 페미니즘의 명언이 있지 않나. 이야기는 개인적이고 정직할수록, 그리고 날것 그대로의 취약함을 드러낼수록 보편에 가닿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