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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틀림없을 강인함, <국보> 배우 쿠로카와 소야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백종헌 2026-02-12

키쿠오가 어째서 무대 위 아름다움의 완성에 유난히 붙들리는지 <국보>는 긴 해설을 덧붙이지 않는다. 대신 그가 가부키의 세계로 입문하기 전인 소년 시절의 사정을 앞에 배치해 간명하게 부각한다. 키쿠오의 아역을 맡은 구로카와 소야는 영화의 전체 분량에 비하면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존재감으로 이후 펼쳐질 인물의 선택에 합당함을 부여한다.

일본 미디어에서 구로카와 소야를 일컬어 “압도적인 존재감과 확고한 연기력”이라고 상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괴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이어 <국보>로 이상일 감독과 작업하며 일본의 차세대 배우로 주목받는 구로카와 소야가 <국보>의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괴물>로 내한했을 당시 한국 팬들의 열렬한 지지에 감명받은 그는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고 할 만큼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에 대해 답할 때는 야무지고 의연하던 소년이 삐뚤빼뚤 적은 한국어 인사말을 수차례 되뇌며 히죽 웃는다. 그 미소가 사랑스러움 그 자체라서 더 할 말이 사라져버렸다.

- 일본에서 <국보>가 역대 실사영화 흥행 1위를 경신했습니다. 배우의 일상에도 변화가 있나요.

영화 개봉 이후 제 안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국보>를 촬영할 때 연기 과정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상일 감독님은 “원하는 대로 한껏 해봐”라고 말씀해주셨고, 덕분에 표현을 더 자유롭게 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습니다.

- 이상일 감독은 당신이 연기를 좋아하는 모습이 키쿠오를 닮았다고 느껴져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디션 당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감독님이 앞으로 더 강해지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사실은 말씀하신 강함의 의미를 아직 다 모릅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뒤풀이에서 이상일 감독님이 “내가 너에게 강해지라고 한 것은 소야가 약해서 얘기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아마 키쿠오가 굉장한 숙명을 짊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고, 문신을 하고 있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자신이 약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 다. 강함이 뭔지 여전히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습 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얼굴은 나중에 연기해도 괜찮다. 손끝이나 몸으로 먼저 느끼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때문인지 <국보>에서 한지로(와타나베 겐)에게 호되게 혼나가며 단련하는 장면에서 얼굴뿐 아니라 등근육의 고통까지도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웃음) 항상 의식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연기는 얼굴 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구로카와 소야가 아니라 키쿠오로서 그 장면을 매번 체험해나가는 것입니다. 촬영할 때 신이 분할되기 때문에 같은 신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되는데요. 테이크를 갈 때마다 처음 그 장면을 만난 것처럼 리프레시하면서 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무척 어려웠고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부키를 계속 배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연습하러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웃음) 함께 출연했던 데라지마 시노부 배우가 “가부키를 계속하는 것이 배우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분은 가부키 집안의 배우이기도 한데 해주신 말씀이 계속 가부키를 배우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무용이 연기와 가까운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 키쿠오는 소년의 나약함과 중성적인 면,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는 등 복잡한 내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줘야 했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다양한 연기를 빠른 변화 속에서 해야 했기 때문에 자신을 환기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매일 현장에서 해내야 할 일이 많았고, 감정이 제안에서 넘쳐흐르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부활동으로 사진부를 하고 있습니다. 친구나 동료 배우들의 사진을 찍기도 하던데요.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서 셔터를 누를 때의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괴물>의 스틸을 찍어준 스에나가 마코토 작가님이 촬영이 끝나고 <괴물> 때 사용한 카메라를 선물로 주셨어요. 사진 찍는 법도 알려주셨고요. 상대방을 찍음으로써 사진에 저의 생각이 반영되고, 저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는 것 같았어요. 스에나가 작가님과 사진집 작업도 같이했습니다. 3월에 발매가 되는데요. 한국에서도 조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 취미로 각본도 쓰고 있지요. 주로 어떤 내용들이 담기나요.

친구에게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요, 일단 하나는 동일본대지진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수영하는 남자애와 그의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둘 다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완성을 시켜야 합니다.

- <괴물>의 촬영 후에는 미나토가 계속 옆에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고 했습니다. <국보>는 어땠나요.

<괴물>은 그 배역이 저에게 침투되었다면, <국보>는 반대로 제가 그 배역에 침투된 감각을 느꼈습니다. <국보>에서는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게 되잖아요. 그때 괴로운 마음에 빠져들었는데 감독님이 그 감정과 분리되어야만 한다고 여러 번 말씀해주셨습니다.

- 이상일 감독이 촬영 중 해주었던 말 중에 지금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촬영 중간에 감독님이 “너 늠름해졌구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씀이 너무 기뻤습니다.

-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어른 스케가 키쿠오에게 와서 입술을 칠해주잖아요. 두 사람의 라이벌, 절친으로서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그 장면을 좀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키쿠오가 “나는 너의 피를 원해”라고 하잖아요. 물론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대신에 스케가 아주 새빨간 색을 입술에 칠해주는 것이 생명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굉장히 가부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요. (웃음)

- 키쿠오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최고가 되고 싶은 사람이지만 당신은 배우 외의 삶도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저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좋은 인간이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동시에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도 좋은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오만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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